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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법적 성별 정정 허가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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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0일, 청주지방법원(법원장 이상주)이 성전환을 이유로 강제 전역된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의 법적 성별 정정(남→여)을 허가했다. 법원의 성별 정정 허가를 환영한다.
최근 변 하사의 강제 전역 이후, 트랜스 여성 A씨가 안타깝게 여대 입학을 포기하면서 트랜스젠더 쟁점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 트랜스젠더에 비판적인 일부 급진 페미니스트들은 성별 정정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하지만 이는 보통의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심각한 고통을 무시하는 소치다. 많은 트랜스젠더들은 법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 사이의 불일치로 온갖 일상 생활에서 차별과 고통을 받고 숨죽여 산다.
이번 결정을 내린 법원은 온갖 제반 사항을 고려할 때 “[변 하사가] 일관되게 출생 당시의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불일치감 및 위화감 혐오감을 갖고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꼈다고 인정했다.
앞으로 변 하사는 부당한 전역 처분에 대한 인사소청,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다. 그의 행보에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다음은 군인권센터의 환영 성명서 전문이다.
변희수 하사가 가족관계등록부 상 ‘여성’이 되었습니다.
- 청주지방법원, 변희수 하사 성별정정신청 허가 -
- 2020년 2월 10일, 청주지방법원(법원장 이상주)은 한국군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완료한 군인 변희수 하사의 법적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정정할 것을 결정하였습니다. 지난 2019년 12월 29일 변 하사가 가족관계등록부 특정등록사항란 성별 표기 정정 신청을 제출한 지 44일 만이며, 2020년 1월 22일 육군으로부터 고환 및 음경 결손을 근거로 강제 전역 조치 된 지 19일 만의 일입니다. 법원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 법원은 결정문에서 변 하사의 성장 과정, 성전환 수술을 받을 것을 결심하고 호르몬 치료와 수술을 받게 된 과정, 수술 결과의 비가역성 뿐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군인이 되고 싶어했던 점, 그리고 그 소망을 이루고 난 후에도 어려움 속에서 꾸준히 치료와 군 생활을 병행하였던 점, 앞으로도 여군으로서 계속하여 복무하기를 희망하는 점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였다고 밝혔습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2020년 1월 21일, 육군본부에 성별정정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변 하사를 남성으로 규정하여 심신장애로 전역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성별이 정정되고 나면 변 하사를 전역시킬 명분이 없었던 육군본부는 이를 무시하고 서둘러 전역을 결정했습니다.
- 변희수 하사의 강제 전역에서 트랜스젠더 여성의 숙명여대 입학을 둘러싼 논란까지, 최근 한국 사회는 혐오의 소용돌이에 빠져있습니다. 소수자에게 자신의 존재를 입증할 것을 강요하는 폭력적인 상황이 반복됩니다. 심지어 여대 입학 과정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도록 학칙을 개정하자는 의견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트랜스젠더를 두고 가짜 장애인, 비둘기가 되고 싶은 인간이라는 경우 없는 비유까지 들먹입니다. 한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고 삶을 짓밟는 일에 조금의 망설임이 없는 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 육군이 변 하사의 강제 전역을 결정했던 일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남성 성기의 유무를 기준으로 ‘군인의 자격’을 판별하고, 한편으로 여군을 앞세워 변 하사와 여군을 함께할 수 없는 존재 마냥 낙인찍었습니다. 트랜스젠더의 존재가 불편했던 육군본부는 조직 내 소수자인 여군들이 또 다른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거부하는 모양새를 갖추고자 언론플레이를 해왔습니다. 비열하고 잔인합니다.
- 법원의 결정에 따라 변 하사는 다가올 인사소청에 법적‘여성’으로 임하게 됩니다. 이제 국방부는 고환 결손, 음경 결손의 비겁한 이유 뒤에 숨을 수 없습니다. 성별 정정 절차를 모두 마친 변희수 하사가 여군으로서 복무하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국방부가 혐오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떠한 논리를 펴게 될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는 모든 시민들과 함께 지켜볼 것입니다.
2020. 2. 10.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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