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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의료운동본부 성명
규제 샌드박스 이용한 원격의료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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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무상의료운동본부가 6월 26일(금요일)에 발표한 성명이다.
문재인 정부의 산업통상자원부가 현행 의료법의 금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를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를 이용해 시행한다. 작년 1월부터 시작된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현행 의료법을 허무는 수단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이후 친기업 행보를 더욱 더 노골화하고 있다. 250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재정을 기업주, 투자자, 채권자들의 손실 보상을 위해 아무런 조건없이 지원하면서도, 최대 연 1조7천억 원밖에 소요되지 않을 상병수당 도입 요구에는 콧방귀도 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상병수당 도입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을 막는 데 필수적인 제도인데도 말이다.
그 필요성이 입증되고 무엇보다 절박한 요구인 공공의료와 인력 확충에 대한 재정 투입 계획도 없다.
이번에도 정부 ‘20년도 제2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는 기업주들의 단체인 대한상의가 1호 과제로 상정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이하 ‘비대면 진료’)를 임시허가 승인했다. 이 외에도 ‘홈(home) 재활 훈련기기 및 서비스’ 실증특례를 승인했다. 임시허가와 실증특례는 모두 기업의 상품을 시장에 신속히 진입시키기 위해 규제 샌드박스로 도입된 제도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여부는 부차적 고려사항이다.
정부는 중동 국가에서 건설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약 60여 명 발생했다며, ‘비대면 진료’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해외 근로자 및 가족 등을 보호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비대면 진료’가 재외 국민들의 코로나19를 진단할 수도 없거니와, 치료는 더욱 불가능하다. 재외 국민이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확진됐음에도 국외에서 진단이나 치료가 어렵다면 국내로 데려와 진단하고 치료하는 게 재외 국민의 건강권을 우려하는 정부가 해야 할 도리다. 그래서 원격의료 도입에 재외국민의 건강권을 내세우는 것은 무책임하고 군색하다.
정부는 “의료법은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영역 내에서 이뤄지는 의료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엄연히 국내 의료진이 진단, 처방하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 의료행위는 국내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국내 의료행위가 아니고 해외 의료행위라면 한국 정부가 왜 나서는가. 그래서 국내 의료행위가 아니라며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 제도화에도 착수”할 예정이라는 보건복지부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비대면 진료’는 인하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이 제공하는데, 이들은 빅5 병원이거나 대학병원이다. 정부는 그동안 원격의료가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없고, 일차 의료기관에서 우선 만성질환 대상으로 하겠다고 강조해 왔는데, 연막이었던 것 같다. 일차 의료기관들이 큰 비용이 들어가는 원격의료 인프라를 갖추기 쉽지 않아 원격의료는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가속화 할 것이고, 따라서 ‘비대면 진료’는 국내 의료체계의 왜곡 심화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는 대형병원들과 기업 돈벌이를 위한 의료 산업화 정책이다.
㈜라이프시맨틱스라는 비대면 진료 관련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여기에 참여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 기업의 송승재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4차산업혁명위원회 산업경제혁신위원회 위원’, ‘기획재정부 혁신성장본부 자문위원’을 지냈고,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신기술 서비스 심의위원회 민간위원’과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기획단 위원’이다. ㈜라이프시맨틱스가 신청한 ‘비대면 진료’가 정부로부터 승인받았으니 이런 노골적인 정경 유착이 있을까. ‘비대면 진료’ 임시허가 후 원격의료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20% 이상 상승했다.
재외국민들은 국내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들에 대한 ‘비대면 진료’ 비용이 문제가 될 텐데, 정부는 이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 비용을 재외국민에게 부담시킬 것인가, 아니면 정부 또는 건강보험에서 부담할 것인가. 전자라면 재외국민은 자기 돈을 내고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의료행위의 실험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후자라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는 재외국민에 대한 특혜 또는 기업과 병원에 대한 특혜다.
㈜네오펙트의 ‘홈(home) 재활 훈련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실증특례도 문제다. 정부는 “효과성·혁신성이 인정되고” “위험도도 낮다”며 허가했다. 그런데 신의료기술평가도 받지 않고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았는데 효과성과 위험도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실증특례를 이용해 환자들에게 직접 시험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과 위험 부담을 환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네오펙트가 만든 뇌졸중 환자 손 재활 기기인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기기 분야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방안 발표 당시 착용하면서 유명세를 타 ‘문재인 글러브’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이어 11월에는 코스닥에 상장했다. ㈜네오펙트의 주가는 어제 실증특례 승인 발표 후 거의 30% 상승해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업이 선정된 것은 과연 우연일까?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고가 장비인데 병원용은 1천만 원대, 개인용은 1백만 원대라고 한다. 이 비용은 누가 댈 것인가. 비용효과성은 입증된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 휴이노의 ‘메모워치’에 대해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규제샌드박스 1호’로 선정된 후 1년여 만에 건강보험 적용까지 받게 된 것이다. 물론 안전성, 유효성은 입증된 바 없다. ‘메모워치’와 마찬가지로 심전도를 측정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워치 액티브2’도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될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기업 밀어주기는 끝이 없다.
정부와 청와대는 코로나19로 불가피하게 허가했던 전화상담진료 26만 건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중요한 성과를 냈”고 만족도가 높다는 주관적 평가를 하며 원격의료 추진의 군불을 때 왔다. 그러나 이 26만 건의 진료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평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하더라도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전화상담진료의 대부분이 검사결과 확인이나 기존 복용하던 약 처방을 다시 받는 수준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병원에 주는 수가도 전화상담관리료를 추가해 내원진료 수가보다 높게 책정했고, 환자도 추가 본인부담 없이 전화상담관리료는 전액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했다(모든 진료에 본인부담료를 없애야 한다). 그러니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만족도가 높을 것이다. 그러나 만족도는 안전성, 유효성 평가는 아니다. 코로나19 전화상담진료는 원격의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멈추지 않고 있고, 기업들의 이윤 활동이 제약된다는 이유로 방역도 느슨해졌다. 환자가 늘어나면 병상과 중환자실이 부족해지고, 의료진들의 피로도가 누적돼 번아웃되고 있다는 보도도 줄을 잇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 계획이 없다. 재정을 우선적으로 공공의료와 인력을 확충하고, 확진자들과 아픈 사람들이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상병수당을 도입하는 데 써야 한다.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 등 서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이들을 구제하는 데 우선적으로 재정을 투여해야 한다.
경제 활성화가 코로나19를 막아주지 않는다. 거꾸로 코로나19가 경제활동을 어렵게 한다. 무엇이 우선돼야 하는지 기업의 이윤을 앞세우지 않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답은 명확하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 산업화·영리화를 위한 질주를 멈춰야 한다.
2020년 6월 26일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 건강권확보를 위한 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기독청년의료인회, 대전시립병원 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서울YMCA 시민중계실,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성남무상의료운동본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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