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근속승진제 폐지로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포문을 열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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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승진제를 둘러싼 철도 노동자들과 사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두 달째 지속되고 있다.
철도공사는 근속승진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앞으로 철도공사 인건비가 추가로 삭감돼 노동자들이 더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신 폐지를 수용하면 어느 정도 손해를 벌충해 주겠다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생계 수단인 임금뿐 아니라 근속승진제도 지키길 원한다. 승진 기회가 현장 통제 수단이 되면, 노동자들의 단결과 조직력이 약화되고 임금을 포함한 노동조건을 지키는 것도 훨씬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근속승진제를 민주노조를 떠받치는 주춧돌로 여긴다.
투쟁 전선
정부는 대표적 공기업인 철도에서 근속승진제를 폐지해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의 추진 동력을 얻고, 이를 다른 공공기관으로 확대하려 한다. 지금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진행되고 있고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 발표를 앞두고 있어, 공공기관들에 대한 압박은 금세 더 거세질 것이다.
철도노조가 근속승진제를 지키는 것은 전체 공공기관 ‘정상화’ 저지 전선을 지키는 데서도 중요한 고리다. 이는 지난해 1단계 ‘정상화’ 저지 투쟁을 돌아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주요 공기업 노조들은 정부의 경영평가와 연동한 성과급 삭감 압력에 투쟁으로 맞서기보다는, 개악안을 수용하면서 다른 방식으로 피해를 일부 벌충하는 방식으로 양보교섭했다. 이는 1단계 정상화 저지 투쟁 전선이 무력화된 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는 전체 공기업 노동조건의 하향 평준화였다.
올해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중요한 전선에서 밀리지 않고 버티며 실질적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철도노조 김영훈 지도부의 행보는 우려스럽다. 노조 교섭단은 최근 재개된 교섭에서 사측의 근속승진제 대체안을 거부했지만, 승진 적체와 그로 인한 임금 손실에 대해 “조합원들이 납득할 만한 안”을 내놓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논의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런 타협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고자 정부의 묵인 하에 사측이 잠시 임금 손해 등을 줄여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것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사측은 근속승진제 폐지를 발판 삼아 임금과 고용을 성과 평가에 연동하는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 임금 삭감을 위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 한다.
이처럼 예고되는 공격들에 맞서기 위해서도 근속승진제를 지키며 노동자들의 사기를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만약 김영훈 지도부가 임금 손실 벌충을 대가로 근속승진제 대체안을 수용하는 근시안적 선택을 한다면 공공기관 2단계 ‘정상화’ 투쟁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투쟁 전선을 교란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활동가들의 과제
지금 현장에서는 근속승진제 사수 결의 지부 성명서 발표, 인증샷 찍기 등이 진행되고 있다. 현장의 지부장과 활동가들은 근속승진제를 지키자는 현장 조합원들의 염원을 받아 안아 지부 총회, 지구별 집회 개최 등으로 기층의 투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활동가들은 전국지부장 회의 등 노조 공식 회의에서 김영훈 집행부에게 근속승진제에 대한 양보 교섭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강제전출 저지 투쟁의 전례를 보면 기층에서 대안적 투쟁을 건설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활동가들은 김영훈 지도부에게 투쟁 조직에 힘을 쏟으라고 촉구하는 동시에 더 나아가 기층에서 조합원 대중이 참가할 수 있는 활동을 조직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박근혜는 공공기관 ‘정상화’, 노동시장 구조개악 등 공격을 계속 퍼붓고 있지만, 심각한 정치적 위기도 겪고 있다. 이 기회를 이용해 투쟁을 건설해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