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학살과 ‘이슬람 혐오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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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비크가 무차별 살육을 저지른 후, 〈가디언〉 칼럼니스트 사이몬 젠킨스는 이렇게 말햇다.
“브레이비크는 청년 68명을 쏴 죽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냉혈한이다. 그는 범죄학과 두뇌 과학이 관심을 기울일 대상이지 정치학의 분석 대상은 아니다.”
전 세계 언론도 이런 식으로 보도한 경우가 많다.
이런 분석같지 않은 분석은 위험하다. 브레이비크가 그런 행동을 저지른 사회적 배경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브레이비크는 극우 사상의 논리적 결론 ─ 살인 ─ 을 실천한 것이다. 브레이비크가 쓴 1천5백 쪽짜리 ‘선언문’에 담긴 잡소리들은 브레이비크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다.
지금 전 유럽에서 ‘이슬람 혐오 동맹’이 발전하고 있다.
이 동맹에는 파시스트와 극우 인종차별주의 포퓰리스트 정당뿐 아니라 주류 정치 지도자들까지 포함된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공공장소에서 얼굴을 가리는 베일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10년 독일 총리 앙겔라 메르켈은 자신이 속한 기독교민주연합 청년 당원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과 함께 즐겁게 살겠다는 다문화적 방식은 철저히 실패했다.”
메르켈은 나아가 기독교적 가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이 나라에서 살아선 안 된다”고 했다.
영국 총리 데이비드 카메론은 한걸음 더 나가 이른바 “국가 다문화주의”라는 것이 “국내 이슬람 테러리즘”의 탄생을 가져 왔다고 주장했다.
왜 유럽 지도자들은 이슬람을 꼭 집어 이 난리는 치는가? 당연히 ‘테러와의 전쟁’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나 국내적 맥락도 있다. 그들은 이슬람혐오를 이용해 경제 위기의 책임을 무고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려 한다.
유럽 극우들은 이런 분위기에서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 국민전선(FN) 지도자 마린 르펜은 카메론의 연설을 듣고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했던 얘기”라고 논평했다.
르펜은 또한 이렇게 말했다. “전 유럽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유럽 대표 국가의 정부들도 변하고 있다. 축하할 일이다.”
극우 정당
모든 유럽 극우 집단들은 극단적 형태의 신자유주의와 권위주의 정치를 신봉한다.
그러나 거의 모든 서유럽 인종차별주의 정당과 파시스트 정당 들은 최대한 많은 지지를 얻으려고 너무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는 회피한다. 오히려 그들은 민족과 정체성 같은 것에 집중해 지지자들을 늘리려 한다.
크게 봤을 때 유럽 극우의 부상은 세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인종차별주의적인 극우 선거주의 정당들이 있다.
네덜란드에서는 헤이르트 빌더스의 인종차별주의적인 자유당(PVV)이 의석수를 기준으로 제3당으로 부상했다. 빌더스는 이슬람혐오주의를 이용해 선거에서 승승장구했다.
브레이비크가 당원이었던 노르웨이 진보당 지도자인 시브 옌센은 학교에서 히잡 ─ 무슬림 헤드스카프 ─ 을 금지하고 자기 딸이 히잡을 입는 것을 허용하는 부모는 추방하자고 주장했다.
둘째, 프랑스 FN,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SD), 그리고 영국의 영국국민당(BNP) 같은 성격의 정당들이 있다.
종종 ‘유로 파시스트 정당’으로 분류되는 이들의 뿌리는 전통적인 파시스트 정당이다. 그러나 더 많은 표를 얻으려고 강령의 내용을 순화하고 나치 이미지를 약화시켰다.
현재 FN은 2012년 대선에서 2등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스웨덴 파시스트 정당인 SD는 지난해 9월 치러진 총선에서 20석을 얻어 최초로 의회에 진출했다.
SD는 난민과 이주민 수를 90퍼센트까지 줄이겠다고 주장했다.
BNP는 2010년 총선에서 거의 50만 표를 얻었고 국회의원 2명을 보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거리 전투 조직들이 부상하고 있다.
동유럽에서는 나치 스킨헤드 등이 소수민족과 반인종차별주의 활동가들을 공격하고 있다.
영국에는 브레이비크가 존경하는 조직인 영국수호동맹(EDL)이 있다.
EDL은 2년 전 창단 직후부터 여러 차례 폭력적 거리 시위를 벌였다. EDL 지지자들은 모스크와 무슬림의 집 들을 물리적으로 공격했다. 최근에는 반인종차별주의 모임, 노조 시위와 힌두 사원까지 공격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 조직의 핵심 구성원들은 나치들이다.
EDL은 자신이 ‘백인 노동계급’을 대변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결국 브레이비크는 이런 정치 토양에 힘입어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양극화에는 왼쪽 측면도 있다. 지금 유럽에서는 긴축과 경제 위기에 반대하는 훌륭한 투쟁이 발전하고 있다.
우리는 카메론, 메르켈과 사르코지 등이 인종차별주의를 부추기는 것뿐 아니라 그들의 긴축안에도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극우의 부상을 막기 위해 단결해야 한다.
브레이비크는 EDL 회원들에게 보내는 가슴 서늘한 메시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우리가 이 사악한 이슬람화 경향을 전 유럽에서 척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따라서 사회주의자와 반인종차별주의 활동가 들에게는 파시스트들을 그들이 원래 속한 곳 ─ 시궁창 ─ 으로 돌려보낼 중요한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