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목사(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가) 인터뷰:
“미 제국주의 패권 강화의 발판이 될 사업을 저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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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보면 제주도에는 이미 “첨단 탄도 미사일 방어 체계와 우주 전쟁 응용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다.”
이명박 정부는 경찰력을 투입해 해군기지 반대 농성자들을 진압하려 한다. 최근에 6백여 명의 육지 경찰과 경찰버스 16대, 물대포 3대, 진압장비차량 10대가 배치되기도 했다. 김어진 반전평화연대 공동간사가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앞장서 이끌고 있는 송강호 목사에게 해군기지 건설의 본질과 그 문제점을 물어봤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입니까?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동북아 패권을 강화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은 계속 있어 왔습니다. 한미방위조약이나 SOFA 협정에 의하면 미국이 이 해군기지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지요. 미국의 평화단체인 ‘무기와 핵에 반대하는 글로벌네트워크’의 활동가들이 전하는 바는 이렇습니다. 그 분들이 주미 한국대사관측에게 해군기지 건설에 관해 항의하자 한국대사관측은 ‘우리한테 전화하지 말고, 미국 정부에다 전화하세요. 미국 정부가 기지를 건설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겁니다’ 하고 답했다고 합니다.
세계적 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도 최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동북아시아에서 국제 분쟁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생각하기 싫은 끔직한 시나리오는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자신의 약화되는 경제적인 패권을 군사적 우위를 이용해 다시 세워 보려는 모험을 감행하는 것입니다. 달러가 기축통화 자격을 상실해가는 지금, 미국은 경제적으로는 약화됐지만 군사력은 과잉 준비돼 있습니다. 군사력으로 뭔가를 해결하려는 욕망이 현실화될 경우 오산 공군기지, 평택,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미국의 군사방위선에 제주가 포함될 것이라고 봅니다. 상하이 같은 중국의 대도시와 아주 가깝게 마주 대하고 있는 제주가 말입니다.
저는 정말이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비참한 우리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국 정부도 이른바 ‘대양해군’을 내세우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저는 말라카 해협에서 해적의 출몰이나 소말리아 해적 운운하는 것은 해군기지 건설의 허울일 뿐이라고 봅니다. 각 나라가 해군을 파견해서 상선이나 유조선을 보호한다는 발상은 참으로 제국주의적인 발상입니다. 국제 교역을 위해 모든 나라가 상선을 해군으로 보호해야 한다면 전 세계는 전쟁과 패권의 장이 될 뿐입니다. 대양해군 운운하면서 해군기지를 세우는 것은 욕심이 잉태한 죄의 상징인 바벨탑을 쌓는 것일 뿐입니다.
해군기지가 제주도의 환경과 자연유산을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많습니다.
기지가 건설될 곳은 천해의 바위 지대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곳 전체를 시멘트로 덮으려고 공사를 하려는 것이지요. 말씀드린 바위들 사이에는 식수로 쓰일 용천수들이 솟아납니다. 한국의 다른 곳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현상이지요. 이런 천혜의 자연을 죽은 시멘트로 덮어야 해군기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 보호 지역의 모든 해저 바닥을 긁어내서 희귀 생물들의 보고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공사를 통해서 해군기지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집단광기를 느낍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 투쟁에 대한 정부의 탄압은 어떻게 강화되고 있습니까?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정교하게 구조화된 폭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군과 경찰과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어 저항하는 주민들을 짓밟고 있습니다. 해군의 시녀처럼 움직이는 경찰뿐 아니라 삼성과 대림 같은 시공사들도 주민들을 무시하면서 완력을 휘두르며 공사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법부는 저항하는 주민들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77명을 기소한 상태입니다. 손해배상 청구도 이미 어마어마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이 사악하고 위험하고 광기어린 해군기지 건설 사업을 저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