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주최로 ‘진보대통합 토론회’가 열렸다.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당내 분위기를 반영하듯 참여당 통합에 대한 찬반 토론이 2시간 넘게 열띠게 벌어졌다. 여기서 제기된 중요한 쟁점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먼저 ‘5·31 합의문에 동의하면 통합 대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친자본가 정당인 참여당은 그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반박이 있었다. 청중 토론에서 한 당원은 참여당이 합의문의 내용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 유시민의 말대로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들의 내용을 관철시키’려는 것임을 경고했다.
참여당의 성격에 대해서도 논쟁이 됐다.
김익영 경기도당 정책위원장은 참여당과 민주노동당의 당원 구성이 다르지 않다는 논리로 통합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조직노동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는 반면, 참여당은 노동조합의 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는다.
토론자로 참가한 김인식 서울 중구위원장은 이 때문에 참여당을 사민주의 우파로 규정하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참여당은 대체로 상층 중간계급이 주도하며, 이들은 자본가 계급 지향적이라는 점에서 두 당의 계급 기반이 분명하게 차이가 있고, 따라서 노동계급이 힘을 보여 줘서 중간계급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이 노동계급이 중간계급을 견인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쟁점이 됐다. 임승철 시흥시 위원장은 “노동중심성”은 “당위”라면서도 노동자당을 친자본가 정당과 통합시키려는 시도를 지지했다.
그는 자신의 모순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참여당과의 통합이 “진보적 자유주의 정당이 좌클릭하며 … 무릎꿇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신자유주의가 파산 선고를 받음에 따라 대중이 급진화하는 상황의 반영이며, 참여당은 신자유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나는 참여당 정책위가 올해 6월 “FTA 허브 위치를 구축하고 … 선진통상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FTA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노골적으로 언급한 내용을 폭로했다. 유시민의 이른바 ‘사과’도 한미FTA 추진 시기와 방법에 대한 언급이었을 뿐이었다.
2008년 세계경제 위기의 결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파산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여당과의 통합이 추진된 맥락은 임승철 위원장의 설명과는 달랐다. 민주노동당은 2010년 지방선거 전부터 야권연대를 추진했고, 그 과정에서 급진성은 후퇴를 거듭했다. 김인식 위원장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기사회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후 “진보성이 탈색되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가 비민주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은 참여당 통합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제기됐다. 김창희 남양주시 위원장은 “밀실적인 통합 과정”을 강하게 성토했다.
한편, 임승철 위원장이 참여당의 문제점을 지나치게 감싸는 태도는 유감스러웠다. 그는 참여당 간부들은 ‘노래방 도우미’도 부르곤 한다며 두 당의 ‘화학적 결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발제에서 옳게 지적했는데, 청중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는 이런 행태에 대한 선명한 비판보다는 “민주노총 조합원이나 간부들[도] … 노래방 가면 도우미 다들 부”른다, “그럴 수 있”다며 “[진보진영에] 윤리적 잣대 들이대듯이 국참당을 보면 안 된”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토론회에 참석한 한 여성 당원은 불쾌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