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칠레 거리로 나섰다. 그들은 거리를 거대한 저항 운동을 축하하는 극장이자 서커스이자 연단으로 바꿨다.

지난주 칠레 노총(CUT)은 노동자 60만 명이 참가한 48시간 총파업을 벌여 나라 전체를 마비시켰다. 그러나 이 투쟁의 원동력이자 영감의 근원은 석 달 전 시작된 칠레 중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의 투쟁이다.

칠레 공교육은 질이 매우 낮다. 노동계급 가정은 자녀 교육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해야 한다. 칠레에서 대학에 다니려면 매달 2백20파운드∼5백30파운드가 소요된다. 칠레 최저임금이 2백70파운드고 평균 임금이 7백 파운드에 그치는데 말이다.

그 결과로 학생 70퍼센트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 학생들 중 절반은 부채 부담이 너무 커 학업을 마치지 못한다. 어디서 듣던 얘기 같지 않은가!

그러나 모든 칠레의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말하듯이 이 운동은 단지 학생들의 빚에 한정된 운동이 아니다. 이 운동은 계급에 관한 운동이기도 하다.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독재 아래 칠레는 세계 신자유주의의 실험실이었다. 현 칠레 교육제도는 1973년 군사 쿠데타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독재 체제는 20년 전에 종식됐지만 그것이 만든 교육 제도는 그렇지 않았다.

현 칠레 운동의 놀라운 점은 청년 지도자들의 전투성, 창조성, 그리고 정치적 명확성이다. 산티아고 학생연합 의장 카르멘 세풀페다는 이렇게 말했다. “저들은 여러분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들은 계산법은 가르쳐도 역사, 과학과 철학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들은 학생들이 생각하는 것을 막는 데 실패했다.

교육 상품화에 반대하는 시위의 구호와 요구 들은 학생과 교사를 단결시키고 있다.

칠레 학생들은 다국적 기업이 건설하는 이드로아이센 댐에 반대하는 운동을 포함해 다른 부문 운동의 요구도 수용했다. 그들은 차별과 조상이 물려준 토지 강탈에 맞서 싸우는 마푸체 원주민 운동을 환영했다. 그들은 2008년 지진으로 자기 집이 파괴된 후 아직도 갈 곳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의 시위와 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마가야네스 운동에 지지를 보내며 함께 행진했다.

학생들은 이 모든 운동을 결합시키려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칠레 경제는 호황을 누리지만, 국민의 15퍼센트는 끔찍한 빈곤에 고통받는다. 학생들은 “구리를 판 돈으로 빈민을 지원하라”고 요구한다. 구리는 칠레 제일의 수출품으로, 현재 민간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다. 두 달 동안 갱도에 갇힌 광부 서른 세 명이 보여 줬듯이 이 기업들은 광산 노동자를 희생시켜 엄청난 이윤을 벌었다.

칠레 학생운동은 적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다. 그들의 적은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를 수호하는 것은 단지 세바스티안 피녜라가 주도하는 현 우익 연립 정부만이 아니다. 사회당의 미셸 바쉴레트가 이끌었던 중도좌파 콘세르타시온도 신자유주의 정책을 폈다.

이 운동은 ‘겁을 상실’했다. 군부 독재 아래 한 세대 동안 칠레 좌파는 망명하거나 침묵했다. 새로운 세대는 두려움을 잃었고 저항의 힘을 재발견했다.

최근 벌어진 ‘헌법을 위한 스릴러’ 시위는 거의 전율을 자아냈다. 수많은 사람이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 곡에 맞춰 좀비 춤을 췄다. 그들은 볼리비아와 베네수엘라처럼 선출된 제헌의회가 새로운 민주 헌법을 작성할 것을 요구했다. 사람들은 옛 군사 정권의 잔재를 청산하기를 바란다. 어떤 현수막에는 자신들이 ‘정당이 없이 단결한 민중’을 바란다고 적혀 있다.

최근 스페인에서 벌어진 광장 점거 운동과 마찬가지로 칠레에서도 정치에 대한 반감에는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칠레의 역사는 정치의 부재가 얼마나 재앙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잘 보여 줬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타협들 사이에서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2천 명을 연행하고 열네 살 마누엘 구티에레스가 죽은 것은 지배계급이 자기 이익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음을 잘 보여 줬다. 대안은 운동과 국경의 경계를 뛰어넘은 단결이다.

한 산티아고 고등학교에 그려진 낙서 — ‘반란은 전염병처럼 퍼진다’ — 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