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 세계사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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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세계사회포럼
전 지구적 반전·반자본주의 운동의 집결
김어진
이번 세계사회포럼의 주된 쟁점은 올해 세계적 운동이 낳은 성과와 과제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2월 15일 반전 시위로 대규모 반전 운동이 등장했다. 수백만 명이 반전 운동 건설에 참여했다. 반전 휴업뿐 아니라 반전 파업도 있었다. 그리스에서는 세 번의 반전 파업이 있었다.
반전 운동은 전쟁광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전쟁광들은 이라크에서만 수렁에 빠진 게 아니다. 칸쿤에서 강대국들은 자유시장 계획을 밀어붙이지 못했다. 개도국들은 로버트 졸릭 같은 미국 무역대표부 관리에 타협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에 타협적이었던 룰라는 얼마 전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주자유무역지대 협정을 위한 각료회담에서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느니 차라리 회담을 실패로 몰고 가겠다”고 했다. 회담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이 모두가 반전 운동이 낳은 효과다. 반전 운동은 미국의 주도권에 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세계 곳곳에 심어 주었다.
반전 운동을 통해 젊고 급진적인 활동가들이 생겨났다. 또한, 반전 운동의 여파로 노동자 계급한테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 유럽의 파업들은 반전 운동이 쌓은 기름진 토양 위에서 일어났다. “폭탄이 아니라 의료와 교육”이라는 파업 노동자들의 구호에는 반전과 반자본주의 정신이 녹아 있다.
지구적 반전 총회
세계적 운동의 과제는 전쟁광들을 이라크에서 쫓아내기 위해 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의 추진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전쟁과 자본주의적 세계화에 대항하는 운동이 조직 노동자 계급에 깊게 뿌리내려야 한다.
세계적 운동이 가지는 희망과 생명력을 노동자들의 집단적 힘과 결합해서 운동의 진로를 더 확장하는 것이다.
노동자 계급이 전략적으로 지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투쟁이 필요 없다거나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본주의를 마비시켜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는 힘을 가진 세력이 노동자들이라는 얘기이다.
지역화(현지화)를 반자본주의 운동의 대안으로 삼는 콜린 하인즈는 노동자들의 힘이 예전만 못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총생산의 30퍼센트를 차지하는 2백대 기업에 고용된 사람의 비율이 0.75퍼센트뿐이라는 예를 자주 든다.
그러나 이것은 되레 노동자 개인이 생산하는 부가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는지를 입증한다.
노동자들의 힘을 보여 주는 올해의 중요한 사건이 또 하나 있었다. 그것은 볼리비아 민중 봉기다. 볼리비아에서 광부 중심의 조직 노동자 계급의 힘은 결정적이었다.
그리스의 반전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의 주요 활동가인 마리아 스틸루는 유럽사회포럼에서 세계사회포럼의 전망에 관해 연설했다. 그녀는 반전 운동의 대규모 성장, 유럽 노동자들의 일련의 파업, 볼리비아의 민중 봉기, 이 세 가지 운동에서 세계적 운동의 교훈과 과제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더 큰 반전 운동과 시위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내년 3월 20일에 더 많은 노동자 계급을 참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민주적으로 토론되고 결의돼야 할 점이다.
이미 내년 1월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을 전 지구적 반전 운동을 더욱 심화하는 결의의 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이미 ‘세계사회포럼 지구적 반전 총회’가 제안됐다. ‘남반구의 초점’, 영국과 그리스의 ‘전쟁저지연합’, 미국의 반전연합단체인 ‘평화 정의 연합’ 등이 제안 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함께, 민주노총, 아래로부터 세계화, 반전평화공동행동(준), 투자협정·WTO반대국민행동 등이 제안 단체로 참여한다.
이 반전 총회는 뭄바이에서 2만 규모의 반전 집회를 열 계획이다.
17일부터 20일 사이 중 하루는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반전 운동의 방향을 논의하는 전략 회의가 열리게 될 것이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은 전 지구적 반전 운동을 아시아로 더욱 확대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 아시아 대륙도 전 세계 반전 운동의 일부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반전 시위가 있었다. 3월 10일 인도네시아에서 50만 명, 파키스탄의 경우에도 3월 9일 50만 명이 참가한 반전 시위가 있었다. 반전 시위에 참가했던 평범한 무슬림들은 전쟁광들에 반대해 행진했다.
반전 시위에 무슬림만 참가한 것은 아니었다. 2월 15일 필리핀에서는 가톨릭 교도와 무슬림 및 불교인들이 함께 행진했다. 이 날 태국에서는 1만 5천여 명의 시위가 있었다.
일본에서는 3월 8일 동경 히비야 공원에서 반전연합체인 월드피스나우가 주최한 반전 집회에 4만 명이 모였다.
한국에서도 대중적인 반전 운동이 첫 발을 뗐다. 홍콩에서는 연일 수만 명이 시위를 벌여, 전쟁을 빌미로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반테러법이 통쾌하게 좌절됐다.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은 이런 행동들의 경험이 공유되고 더욱 확산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인도의 반신자유주의 운동
세계은행의 최대 채무국이자 1천3백만 명의 아동 노동자들이 살고 있는 나라 인도에는 여러 형태의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존재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인도에서는 유전자 조작된(GM) 씨앗을 강요하고 물을 사유화하려는 몬산토와 엔론 같은 다국적 기업에 반대하는 대규모 저항이 있었다. 2000년 말 세계은행 총재 제임스 울펀슨이 인도를 방문했을 때 그는 가는 곳마다 시위대와 맞닥뜨려야 했다.
파업은 신자유주의 반대 세력들을 단결시키는 구실을 했다. 2000년 5월에는 3천만 명의 노동자들이 다음에 반대해 하루 총파업을 벌였다. 물가인상, 비료 보조금 삭감, 공공부문 사기업화, 무슬림과 소수 종교에 대한 공격,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WTO, 다국적 기업에 대한 경제 개방, 수업료 도입.
노동자들의 행동은 인도에서 영국 제국을 물러나게 하는 데서도 결정적 구실을 했다. 1946년 인도 철도 파업과 우편 파업에 영국 제국은 쩔쩔맸다.
1974년에도 철도 노동자들이 인도 전역을 뒤흔들었다. 1982년부터 자그마치 12개월 동안 1백만 명이 넘게 참가한 봄베이 섬유 노동자들의 파업도 있었다.
지난 8월에는 1백만 명 이상의 공무원들과 교사들이 연금 삭감에 반대해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반자본주의 운동에 속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정당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여기에는 기성 정당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데올로기, 전략, 전술 등을 말하는 것은 구래의 운동이라고 치부하는 경향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세계사회포럼 헌장에 정당 배제 원칙이 포함됐다. 이것은 심각한 모순이다. 그 동안 브라질 노동자당(PT)은 세계사회포럼의 주된 세력 가운데 하나였다. 프랑스 사회당 같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는 정당 의원들도 세계사회포럼에 참가해서 ‘의원 포럼’을 연다.
어떤 정당인가가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운동의 경험을 집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정당이 필요하다. 반전 운동이 거대하게 성장하는 데서 유럽의 극좌파 정당들이 결정적 구실을 했다.
이런 급진 좌파들이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최근 프랑스의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이 급진 좌파 정당 모임을 제안했다. LCR은 작년 프랑스 대선 당시 우체국 노동자 출신인 올리비에 브장스노를 대선에 후보로 내보내 3백만 표나 얻은 영향력 있는 극좌파 정당이다.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지에서 여러 정당과 단체가 참가할 예정이다. 서로 다른 전통을 가진 좌파 정당들이 급진적 대안을 모색하고 공동의 과제와 행동을 결의하는 기회는 참으로 중요하다. 이 모임은 토론만이 아니라 공동 행동을 의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 모임에는 다함께, 파키스탄 노동당, 필리핀 노동자당 같은 아시아의 급진 좌파 정당들이 참여한다.
특히 파키스탄 노동당은 타리크 알리가 지도적인 인물로 있는 당이다. 세계사회포럼 직전에 파키스탄에서는 1만여 명이 참여하는 파키스탄 사회포럼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1천여 명이 뭄바이 세계사회포럼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노동조합 활동가들, 학생들, 사회단체 활동가들, 중·고등학생 등 다양한 부문의 2백여 명 훨씬 넘는 사람들이 뭄바이 세계사회포럼에 갈 채비를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노동자들이 많이 참가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다. 세계사회포럼 참가는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이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형제·자매임을 느끼게 될 좋은 기회다.
이런 경험은 노동조합 운동의 훌륭한 자산이 될 것이다. 세계사회포럼 참가를 결의하는 과정이 민주적일수록 더욱 그러할 것이다.
노조가 소속 조합원들의 민주적 토론을 통해 재정 지원을 결정하고 지구적 저항을 위한 행사에 자신의 대표자들을 파견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럴수록 대표자들을 파견한 노동자들은 지구적 저항 운동과 자신들의 활동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음을 더욱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11월 하순에 여러 노조와 학교에서 세계사회포럼 설명회가 있었다. 공무원노조 서울본부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 설명회가 끝나고 종로구청 공무원 노동자들은 돈을 모아 두 명의 노동자들을 뭄바이에 보내자고 의논했다. 이것은 운동을 민주적으로 건설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