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 대회와 여성 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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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 대회와 여성 차별
12월 6일 중국에서 미스 월드 대회가 열렸다. 중국은 대회장으로 사용된 컨벤션센터를 짓는데 1천2백만 달러(143억 원)을 쏟아부었다.
중국에서 미인대회 개최는 개방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중국 공산당은 올해부터 미인대회를 허용했고, 내년에도 미인대회를 중국에서 여러 건 개최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일부 중국 지식인들은 미인대회를 “서양 문화”라는 이유로 비난했다. 그러나 미인대회의 문제는 서양 문화라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여성 차별 축전이라는 데 있다. 그것은 여성을 순전한 성적 대상으로 나타내는 관념과 태도를 부추긴다.
선정적 주간지, 스포츠 신문, TV 쇼 따위는 뭇 남성들이 추파를 던지는 벌거벗다시피 한 여성을 부각시킨다.
매스 미디어에 나오는 여성은 언제나 외모로 판단된다. 거기서 여성은 남성들이 짖궂은 눈길로 지그시 바라보는 물건이 돼 있다.
또, 여성의 몸은 자동차에서 초컬릿에 이르는 모든 상품의 판매 촉진에 비인간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성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이미지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사회 통념을 강화한다.
그리고 단지 관념과 태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여성은 노동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여성의 임금은 남성 임금의 58퍼센트밖에 안 된다.
물론 여성 전문경영인과 같은 여류 명사도 있지만, 여전히 여성 일반은 자신의 주된 역할이 아이를 낳고 가정을 잘 돌보는 것이라는 설교를 귀가 따갑게 듣고 산다.
가정
여전히 가정이야말로 차세대 노동자들이 탄생하는 가장 중요한 방식으로, 막대한 양육비를 부모가 부담해야 한다.
물론 오늘날의 여성들이 자기 어머니보다 좀더 자유로워진 건 사실이다. 여대생 수 증가, 자유 연애나 성 개방 풍조, 그리고 여성 직업의 다양화 등은 좋은 일이다.(낙태권도 보장돼야 하며, 이혼도 자유화돼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지난 십여 년 간 남녀 노동자들이 함께 싸워 오고 여성 운동이 활성화돼 온 덕분이다
그리고 여성 차별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모든 여성 차별 이미지들은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여겨지지 않고 성적 대상으로 격하돼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강화한다. 그런 이미지들과 그런 태도는 여성의 품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남녀의 성을 상품화시키고 애정 관계도 대등한 파트너십이 아닌 상품으로 전락시킨다.
남녀 모두가 여성 차별에 반대해 투쟁해야 한다. 적잖은 남성들이 이 투쟁에 동참할 태세가 돼 있다.
그러한 투쟁은 회사 구내 매점의 여성 나체 사진 달력에 항의하는 것부터 산전·산후 휴가를 방어하는 것까지 다양할 수 있고 또 중요하다.
우리는, 남녀가 평등하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생활사 박물관의 한 귀퉁이에 우스갯거리로 전시된 미스 월드 대회를 보고 깔깔 웃을 대안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이윤 체제와 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