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되면서 교원평가제 실시를 위한 준비가 시작됐다. 정부는 올해 교원평가제를 대통령령으로 공포해 법적 구속력을 강화했다. 이것은 교원평가제 거부 움직임을 잠재우려는 포석이다.
우파들은 교원평가제가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통해 공교육의 신뢰를 제고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정반대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다.
교원평가제는 교사들 사이에서 경쟁 구도를 만들어, 교육의 질 향상에 필수적인 교사 간 협력과 정보 공유 등을 힘들게 할 것이다. 또 획일적 평가 기준을 부여해 정부의 경쟁교육 정책을 받아들이라는 강한 압력을 주고, 교사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은 교원의 전문성과 공교육의 신뢰를 키우기는커녕, 오히려 갉아먹기만 할 것이다.
그래서 올해 전교조가 교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교원평가제 찬반 설문에서도 반대하는 의견은 무려 79.7퍼센트나 됐다. 교원평가제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71.9퍼센트였다. 교원평가제가 ‘교원의 협력 문화를 저하한다’, ‘교원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노동 강도를 강화시킨다’는 의견도 절반을 크게 웃돌았다.
그런 점에서 진보교육감들조차 정부의 교원평가제를 수용한 것은 유감이다. 전교조 지도부도 이런 상황에 안일하게 대응한 듯하다. 지도부는 동료 평가 거부를 지침으로 냈지만, 이를 진지하게 조직하지는 않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올해 초 전교조 전북지부의 투쟁은 매우 인상적이다.
지난 4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교과부의 압력에 밀려 교원평가제를 수용하려 하자, 전교조 전북지부가 교육청 접견실을 점거하며 투쟁을 벌였다. 교사들의 지지가 이어져, 집회와 농성에 수백여 명이 참가했다. 결국 김승환 교육감은 교과부에 맞서 “자체 시행안을 관철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 방침을 거부하고 서술형 평가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투쟁은 교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정부의 교원평가제에 일정한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교조 지도부는 바로 이런 투쟁을 더 광범하게 확대해야 한다. 설문조사에서 드러난 교사들의 불만을 투쟁으로 결집해야 한다. 진보교육감들에게도 정부 정책에 반대하라는 압력을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