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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이집트 혁명

버스들이 바리케이트처럼 영국 정부청사 주변을 빙둘렀고 버스 노동자 1천 명이 총리 관저 앞에서 임금,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대중 교통 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하면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지난주 이집트에서는 대중교통부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면서 실제로 이런 광경이 펼쳐졌다.

버스 노동자들은 대중교통부가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최소한 2백퍼센트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버스 노동자들의 월급은 너무나 적다.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의사와 대중교통 노동자들

대중교통부 노동자들은 또한 대중 교통 투자 증가와 무바라크 정부에서 임명된 부패한 관리들의 해임을 요구한다.

협상 과정에서 노동부 장관 아흐마드 알보라이는 노동자 대표 중 하나인 푸아드 살리흐가 현 정부 정책이 무바라크 시절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자 여러 번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경비

한 번은 살리흐가 다음과 같이 장관한테 말했다. “우리는 30년 동안 무바라크 체제를 견뎠소. 그리고 그들은 도둑떼에 지나지 않았소. 그런데 장관 나리, 우리더러 다시 한 번 참으라굽쇼!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그려.”

알보라이는 경비를 불러 살리흐를 협상장에서 내쫓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둘을 말리면서 사태를 진정시키자 이번에는 알보라이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9월 27일 발표된 협상안의 내용을 보면 공공운수청과 재무부는 임금·수당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바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합의된 일정대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협상단이 집회로 복귀하자 파업 노동자 다수가 협상안에 반대했다. 노동자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버스 노동자 파업 연대에서 핵심적 구실을 한 ‘혁명적 사회주의자들’은 9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노동자들이 결정해야 한다. 노동자의 요구가 수용되기도 전에 파업을 멈추라고 강요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파업 노동자들이 이미 1차 승리했다. 노동자와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그들을 위협했던 관료들이 이제는 직접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양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둘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결국 10월 1일 이집트 정부 장관들은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다음날 노동자들은 대중교통부가 약속한 임금을 지급할 돈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노동조건을 더 악화시키려 함을 발견했다.

노동자 수천 명이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타흐리르 광장 근처의 카스르 알아이니 가(街)에 모였다.

군부

교통 운수 노동자들은 이집트에서 가장 강력한 노동자들 중 하나다. 이집트처럼 중앙집중화된 나라에서 교통 운수 노동자 파업은 순식간에 엄청난 파장을 낳는다.

교통 운수 부문 내 노동자들의 연대 행동은 이집트 독립 노조 운동에서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집트 집권 군사평의회는 버스 노동자들의 전면 파업, 농성과 함께 또 다른 기층의 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9월 30일 이집트 전역에서 민주적 권리를 억압하는 긴급법과 군부 탄압에 반대하는 행동에 수십만 명이 참가했다.

수만 명이 ‘혁명의 부활’을 요구하며 집회중인 타흐리르 광장에 노동자 참가단도 함께 했다. 그들은 “빵, 자유와 사회정의”, “군부 독재 물러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집트 전역으로 확산되는 파업

카이로에서 필 마플릿 (영국 사회주의자, 중동 전문가)

파업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이집트 혁명이 빠르게 심화되고 있다. 공립학교 교사들은 파업을 벌이면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올해 수업은 없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집트의 학교 약 4만 6천 개에 1백50만 명이 고용돼 있다. 9월 17일 나일강 삼각주의 도시 전역에서 온 교사 수만 명이 카이로의 정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교사들이 분노한 이유는 교육부 장관과 정부가 교사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번번이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교사들이 임금이 너무 낮아서 부업으로 서빙을 하거나 택시 운전을 한다.

오전부터 도착한 교사 대표들은 카이로 중심부 행진을 거쳐 시위에 합류했다. 이집트 북부의 모든 주요 도시에서 대표들이 파견됐다.

교사들은 10시간 동안 타흐리르 광장 인근 카스르 엘에이니 거리의 정부 청사를 에워쌌다. 이들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낮 동안 시내 대부분을 봉쇄했다.

시위대는 무바라크 정권에 맞서 타흐리르 광장에서 외쳤던 구호들을 다시 외쳤다. “교사들은 교육부 장관 해임을 요구한다. 장관을 해고하라!”

정부 관리는 대표 5명을 뽑으면 장관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주겠노라고 제안했지만, 시위대는 이를 거부하고 “장관이 이 자리로 와 우리 모두 앞에서 약속을 하라” 하고 외쳤다.

80퍼센트에 가까운 교사들이 파업 중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모든 교사가 파업에 참가했다.

‘독립교원조합’의 칼리드 느아마니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모든 법적 수단을 써서 우리 권리를 찾으려 애썼지만 다 허사였다. 우리는 절망적이다.”

교사처럼 국가에 고용된 노동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은 무바라크 체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파업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가 부문 노동자 중 일부가 독립적인 노동조합들을 세웠다.

정부 관리들과 이집트 언론들은 무바라크가 제거됐으니 혁명이 끝났다고 주장한다. ‘질서’가 회복돼야 선거를 치르고 새로 선출된 정부가 민중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수많은 민중은 거짓말도 약속 파기도 더는 참기 힘들다. 새로 얻은 자유 덕분에 민중은 집단적 행동에 나서고, 중요한 요구들이 관철된 경우는 흔히 이런 행동 덕분이었다.

이집트 정부는 파업 노동자들에게 ‘비상사태법’을 적용하겠다고 위협하지만 노동자들에게 그런 위협을 물리칠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