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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허가제는 또 다른 족쇄다

고용허가제는 또 다른 족쇄다

노무현은 내년에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 “외국인 근로자의 처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국민 사기극이다.

지금의 살인적인 이주 노동자 단속·추방 자체가 고용허가제 실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법무부는 고용허가제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불법체류자의 강제 추방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제보다 좀 낫긴 하지만, 차이는 크지 않다. 고용허가제도 산업연수제와 마찬가지로 국가가 외국인 노동력 수입과 관리를 엄격히 통제한다.

예컨대,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력을 도입하는 업종과 규모를 엄격히 제한한다. 노동부가 매년 외국인 노동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업종과 규모를 공표한다.

건설업과 서비스업 부문 취업은 외국 국적 동포에만 허용된다. 이주 노동자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조선족 출신과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을 분리시키려는 것이다.

취업 기간은 최대 3년까지만 허용된다. 게다가 해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 평등노조 이주 지부장 서머르 타파가 말했듯이, “이주 노동자를 계약직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다.”

고용허가제가 이주 노동자들에게 노동3권을 보장한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 법적으로 노동자 신분이 된다 해서 곧 노동3권이 보장되는 게 아니다.(노동3권은 전교조, 공무원 등에게 형식적으로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고용허가제는 가장 기본적인 노동자 권리인 직장 이동마저 가로막는다. 고용허가제에서 직장 이동은 기업주의 근로계약 해지, 직장 휴·폐업, 질병 등으로 해당 직장에서 근무하기 어려울 경우, 네 차례에 한해서만 가능하다. 임금 인상을 위한 직장 이동은 금지된다.

노예나 농노의 노동과 달리, 인신적 속박을 받지 않는 ‘자유 임금 노동’은 자본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자본주의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이직의 자유가 없다면 자신들을 보호할 수 없다. 노동자들이 임금과 노동조건 등을 놓고 자본가들과 교섭하는 것은 이직의 자유가 없다면 가능하지 않다.

결국, 고용허가제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3년 간의 계약직 직장을 위해 온갖 족쇄를 차게 된다. 이주 노동자들이 이 족쇄를 거부한다면 언제든 해고돼 추방될 수 있다.

고용허가제는 경기 변동에 따라 필요한 노동력을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는 시도다.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초착취를 보장하고, 실업이 증가할 때 쉽게 해고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력으로 사용하려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외국인 노동자 차별을 금지한다지만 그 자체가 인종 차별이다. 만약 한국인 노동자들에게 이런 식의 제도를 실시하려 한다면, 격렬한 저항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것이 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차선책”인가? (관련기사 9면을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