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사측은 민주노조의 힘을 무력화하려고 부위원장인 나를 포함해 임원·대의원, 열성 조합원들에게 부당한 인사 발령을 냈다. 내게 세종호텔은 18년간 근무한 첫 직장이며, 내 후배들의 사랑하는 직장이고 삶의 터전이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노조 탄압을 알리는 유인물을 배포하고 있고, 호텔 정문에서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외부 홍보전을 포함해 연대 집회, 1일 천막 농성, 연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투쟁 초기에는 자신 없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조합원들이 투쟁의 대열에 열심히 동참해 줄까? 노조 간부들만의 싸움으로 끝나는 건 아닐까? 이런 투쟁은 처음인데 우리가 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건 기우였다. 투쟁이 시작되자 꼭두새벽에 출근하고 휴일도 반납하며 동참하는 조합원들이 조금씩 늘었다.
11월 13일 전국노동자대회 전에 열린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사전 집회는 세종호텔 정문에서 치러졌다. 우리 투쟁에 연대하는 의미였다.
집회 시간이 임박하자, 일요일인데도 사측 관리자들이 총 출동해 근무자의 집회 참가를 제지하고 징계로 협박했다. 그러나 많은 조합원들이 당당히 이를 뿌리치고 집회에 나왔다. 객실정비팀에선 일부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동료들을 집회에 참가시키려고 일부러 출근해 일을 도와주다가 손을 잡고 함께 나왔다.
집회 열기는 뜨거웠다. 세종호텔은 ‘단결! 투쟁!’의 함성으로 뒤덮였고 5백여 명의 연대에 조합원들의 사기가 하늘을 찔렀다. 이런 투쟁 열기는 전국노동자대회로도 이어졌다. 밤새 야간 근무를 마치고 피곤한 조합원들도, 야간에 출근해야 하는 조합원들도 본대회가 열리는 서울시청으로 향했다.
이후 사측은 근무시간에 집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을 징계하려고 경위서를 요구했으나, 동료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단체협약에 보장된 합법적인 교육시간이다”, “징계할 테면 해라. 난 경위서는 못 쓰겠다.”
앞으로도 사측은 우리를 탄압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