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노조 배일도 집행부 - 실리주의의 파산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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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노조 배일도 집행부 - 실리주의의 파산을 보여 주다
“파업과 투쟁보다는 고도의 협상력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하철 노조의 배일도 집행부는 말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일명 “21세기 협약서”는 실리주의 노선이 전혀 실리를 가져다 주지 못함을 보여 준다.
많은 지하철 조합원들은 이 협약서를 “조삼모사”라 부른다. 배일도 집행부는 이 협약서가 임금 5퍼센트 인상을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 차량지부 노동자는 “연장 운행을 하면서 초과 수당을 받기로 한 부분이 임금 인상에 포함된 것”이라며 “이게 무슨 5퍼센트 인상인가?”하고 불평했다.
임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협약서에는 사실상 구조조정에 합의하는 내용이 가득하다. 분사화와 외주용역 추진 가능성도 포함돼 있다. 인원 감축은 불 보듯 뻔하다.
특히 이번 협약서는 역무지부 노동자들한테 공격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약한 고리부터 치려는 공사측의 속셈이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드러났듯이 안전 사고가 터졌을 때 역무지부 노동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단지 역무지부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곡선 승강장이 많은 지하철의 경우 1인 승무로는 도저히 사고를 예비할 수 없다. 그러나 배일도 집행부는 시민들의 안전을 무시하는 위험한 협약서를 승인했다.
이번 협약서는 지하철공사안을 대부분 수용했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이런 합의라면 도대체 노조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협약서 폐기 선언
배일도 집행부의 실리주의가 종종 조합원들의 더 큰 이익을 희생시켜 왔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1999년 지하철 파업이 무산된 뒤 배일도 집행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일은 4조 3교대를 3조 2교대로 바꾼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 세지고 휴식 시간은 대폭 줄어들었다.
인원 충원 없는 연장 운행이나 노동강도 강화만 가져오는 누더기 ‘주5일 근무제’ 도입도 중요한 사례다. 최근 건강 진단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지하철 노동자들을 찾아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배일도 집행부 식의 ‘실리주의’는 경제 위기가 깊어질수록 더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사장들이 양보할 가능성이 줄어들고 계급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대중 투쟁만이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킬 수 있는 길이다.
1월 13일부터 15일까지 협약서에 관한 조합원 찬반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미 현장 조합원들의 반발 때문에 지부장들이 협약서 폐기 선언을 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번 “21세기 협약서”를 폐기하기 위한 서명이 진행됐다.
지축 정비, 신정 검수, 창동 차량, 수서 차량 등의 노동자들은 90퍼센트 이상 서명에 동참했다.
전투적인 활동가들은 적극적으로 협약서 부결 선동을 시작했다. 그런 주장들과 활동들은 배일도 지도부에 분개하는 노동자들한테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줄 것이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