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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실패하면 진보진영은 괴로운가?

총선을 앞두고 낡은 주장들이 다시 부활하고 있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지부장은 “[노무현이] 잘해야 한다. 실패한 대통령이 되면 진보진영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오마이뉴스〉).

노무현의 실패가 진보진영에게 도움이 안 된다면, 논리적으로 진보진영은 노무현의 성공을 도와야 할 것이다.

이 주장의 실천적 함의는 한총련의 한나라당 해체 투쟁이다.

그러나 노무현은 우파에 타협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지지해 파병을 결정했고, 노동자 파업을 공격했으며, 부안 주민들의 의사를 거슬러 핵 폐기장을 강요하려 했다 등등.

사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는 예정돼 있었다. 이 정부가 성공하려면 개혁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는 노동계급의 생활수준을 공격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채택했다.

노무현은 노동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대중의 개혁 염원과 노무현 정부의 보수적 한계 때문에 일찌감치 갈등이 빚어졌다.

노무현은 대중을 배신했다. 이것이 지금 상황의 진정한 본질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과 모종의 연합을 암시하는 것은 대중의 경멸을 자초해 오히려 우파에게 이로울 뿐이다.

경멸

노무현의 지지율 하락은 대중 의식의 변화를, 다시 말해 노무현 지지자들이 양 극단으로 분열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격심한 정치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노무현의 실패로부터 이득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은 그림의 오른쪽 부분이다. 그러나 그림의 왼쪽은 좌파적 대안이 성장하는 것일 수 있다.

이것은 세계적 그림의 일부다. 예컨대, 프랑스인 중 31퍼센트가 트로츠키주의 극좌파 조직인 혁명적공산주의자동맹(LCR)과 노동자투쟁당(LO)의 선거 연합을 지지했다.

프랑스 사회당 지도자들은 극좌파 지지가 우파 정당인 공화국연합이나 나찌인 국민전선을 도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은 위선적인 주장이다. 시라크의 우파 정부는 사회당 정부의 실패 덕분에 등장했다. 가령, 프랑스 사회당 총리였던 조스팽은 전임 여섯 정부가 사기업화한 것을 모두 합친 것만큼 사기업화했다. 그 여섯 정부는 대부분 우파 정부였다.

프랑스 극좌파의 선거 도전은 올해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회당과 공산당의 파산한 정치에 투표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대안이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좌파와 우파 중 누가 흔들리는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느냐가 진정으로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지지는 우파에 대항하는 장벽 구축이 아니라 재앙이다.

더구나 노무현이 총선에서 노무현 대 한나라당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마당에, 노무현 지지는 진보진영의 존재 가치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노무현의 실패가 우파의 저항에서 비롯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노무현(과 열린우리당)에게 더 매달리기도 하지만, 다른 소수 사람들은 선거를 통해 ‘개혁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해서 사회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가’ 하는 좀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재벌과 관료와 보수 야당에 둘러싸여 어떤 개혁 시도도 제대로 해 보지 못하는 상황 때문이다.

이것은 우파와 특권층에 대한 대항은 단순히 선거적 계산에만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투쟁 동학에 달려 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진보진영은 파산하고 있는 노무현을 구하려는 가망 없는 노력에 정력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이와 반대로, 모든 힘을 다해 대중이 노무현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을 가속해야 한다.

이 일에 더 많은 열정을 갖고 대담하게 달려들면 들수록 우파에 대항하는 힘은 더욱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