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잠에서 깨어납니다. 세수를 하고 앉아 있다가, 〈레프트21〉 68호를 꺼냅니다. 여러 기사를 읽다가 문득, ‘착취체제야말로 1급 발암물질이다’ 기사를 정독했습니다.
가슴이 찡했습니다. 저는 자동차 부품회사에 다닙니다. 보통 주야2교대인데,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빼고 10.5시간을 일합니다. 이곳 노동자들은 거개가 주야로 12시간씩 일합니다. 저는 업무 성격상(처음 입사해서는 주야교대를 하다가) 주간에만 일합니다. 기사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가슴에 크게 와 닿았습니다.
이곳에서 근무한 지 6개월째인데, 노동자의 60~70퍼센트 정도가 물갈이 됐습니다. 보통 1년이 넘으면 ‘고참’ 대접을 받더군요. 어느덧 이곳 작업장의 약 50퍼센트 정도가 중국동포로 채워졌습니다.
원래 이 회사(CY오토텍·E·T·R)는 6개월이면 비정규직 사원을 정규직으로 임용했는데, 최근에는 사장이 결재를 미룬다고 하더군요. 정규직 사원은 지쳐서 그만두는 사람도 적지 않고요.
심야노동에 관한 이번 기사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정말 뼈저린 현실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본은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내가 편하게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누군가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현실이 끔찍합니다. 아니, 참혹합니다. 심야노동은 인간의 삶을, 생존을 근본에서부터 부정하는, 파괴하는 반생명적·반인간적 병폐(야만)입니다. 사람의 생명을 병들게 하는 이런 악마적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
인간도 자연이라는 생명의 일부입니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고, 어떻게 생존할 수 있겠습니까. 현대 자본주의 기계문명은 인간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며, 인간의 삶을 깊이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갈아엎어야지요. 생명을 거스르고 생명에 역행하는 이윤의 논리를 뒤집어야지요. 정말 제정신 가진 사람이라면 심야노동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동의할 것입니다.
싸워야 하는데 솔직히 막막합니다. 두렵기도 합니다. 지금의 이 현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노동자들의 단결을 이끌어 내 싸운다는 것도 그리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루하루 분노를 삭이며 다짐합니다. 인간을 병들게 하는 사회, 인간의 생존을 부정하는 시스템이라면 그 어떤 질서라도 부정돼야 한다고.
이렇게 두서없는 글이나마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고,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가 정리됩니다. 저는 앞으로 〈레프트21〉을 제 노동자 친구들에게 권할 생각입니다. 피부로 와 닿는 심야 노동 같은 좋은 기사를 많이 실어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11월 20일 아침 7시 22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