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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환 최후진술문:
“법원이 진정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우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라”

우리는 지난 1심 재판 때 경찰의 협박과 폭력에 굴하지 않고 검찰의 황당한 논리를 하나하나 반박하면서 판매 사실을 조작하려던 검찰의 거짓말을 폭로했고, 민주주의의 기본권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검찰 논리의 모순을 낱낱이 폭로했습니다. 그리고 전원 무죄에 가까운 선고를 받았습니다

<레프트21> 판매자 벌금형 철회와 언론 자유 수호 대책위원회 김형환 씨

그런데 검찰은 무죄를 선고 받은 나머지 다섯 명과 옥외집회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저를 다시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마치 흉악한 범인에게 낙인 찍듯 “범죄를 같이 공모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면서 항소했습니다. 범죄를 공모한 것은 우리가 아닙니다. 정당한 신문판매를 집회라고 우기면서 강제 연행한 경찰과 우리를 또다시 기소한 양심 없는 검찰이야말로 진실왜곡을 공모한 것입니다.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신문 판매 행위를 집회로 둔갑시키려던 검찰의 시도는 실패했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합법 정기간행물인 〈레프트21〉 판매 사실을 왜곡하려고 ‘〈레프트21〉이라는 신문 형식의 유인물’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경찰은 그 ‘유인물’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를 연행한 서초경찰서 경위 이종순은 자신이 작성한 수사보고서에서 우리가 신문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이 이를 근거로 추궁하자 그는 어쩔 수 없이 우리의 신문 판매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미신고 집회의 핵심 근거 중 하나가 허위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게다가 검찰 측 증인인 신고자도 우리가 집회를 한 게 아니라고 증언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신문 기사를 소개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집회로 볼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본 적 없다”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그는 “누구나 자기 주장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우리를 옹호했습니다.

사실 우리가 연행된 지난해 5월은 정부가 천안함 사고와 지방 선거를 빌미로 진보적 주장과 정부 비판을 억압하던 때였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경찰과 검찰은 〈레프트21〉의 급진적 주장이 유통되는 것을 가로막은 것입니다. 그래서 경찰은 우리를 연행하며 “사상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했고, 1심 때 검사도 〈레프트21〉의 주장이 문제 있다는 식으로 말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검찰 주장의 부당함이 드러났기 때문에 우리 6인 중 5인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우 아쉽게도 1심 재판부는 신문 판매가 집회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집회’를 주최했다며 유죄를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한 일은 집회가 아니라 판매입니다. 이를 인정하지 않은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비록 5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더라도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에 대한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레프트21〉은 노동자·서민의 관점을 대변한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 광고와 정부 후원을 받지 않고, 직접 독자에게 판매하는 신문입니다. 이것은 독자와 소통하려는 시도입니다.

그런데 1심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우리는 신문 판매를 할 때 늘 집회 신고를 해야 합니다. 사실상 경찰이 〈레프트21〉의 거리 판매를 통제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경찰이 집시법을 신고제가 아닌 허가제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우려가 됩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G20 정상회담 당시 서초경찰서는 G20에 비판적인 〈레프트21〉 거리 판매를 불허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언론 통제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거리에서 각종 보수 우파 언론이 버젓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 신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색깔을 매우 분명하게 드러낸 1면 표제로 독자를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 신문들과 정반대의 논조를 가진 〈레프트21〉 판매를 유독 가로 막는 것은 매우 편파적입니다.

진정 법원이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한다면, 저를 비롯한 우리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