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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진보언론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기사를 내보내서야

12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이었다. 한국 정부는 유엔이 이미 1990년에 제정한 이주노동자 권리협약조차 비준하지 않았고,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직장 이동의 자유도 빼앗긴 채 툭하면 비자가 박탈당한다. 단속·추방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의 가슴 아픈 사망 사고도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을 자임하는 〈민중의소리〉는 세계이주민의 날을 하루 앞둔 17 일, 이주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매우 우려스러운 기사를 실었다.

세계 이주민의 날 집회에 참가한 이주자들

‘중국동포 밀집지역 대림동 파출소 가 보니’ 라는 제하의 기사는 “항상 흉기를 소지하고 다니는 중국동포들이 많아 현장에 나가서는 언제 어디서 흉기가 날라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긴장해야 한다”는 등 대림파출소 경찰들의 주장만을 인용해 실어, 마치 중국동포 이주자들이 조직폭력배나 되는 양 편견을 조장하고 있다.

정부와 우파언론은 중국동포 이주자들에 대한 한국인의 부정적 인식을 이용해 한국 노동자들과 이주자들을 이간질시켜 단결을 방해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정책을 정당화하고, 한국 정부가 ‘1퍼센트’만의 이익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 때문에 생긴 각종 사회 문제들을 이주자 탓으로 돌리려 한다.

우파 언론들은 심심찮게 외국인 노동자를 범죄의 온상처럼 묘사한다. 이러한 우파들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모를 리 없는 〈민중의소리〉가 이주노동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는 기사를 게재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심지어 〈민중의소리〉는 “차량에 테이저건이 있고 가스총은 항상 차고 다니지만 수갑 하나 채우는 데도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다”며 이주노동자 단속 장비 사용에 대한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경찰의 인터뷰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실었다.

그간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를 짐승 취급하며 그물총, 테이저건, 가스총 등을 이용한 ‘인간사냥’을 해 온 경찰을 비판해도 모자랄 판에 말이다.

〈민중의소리〉가 세계이주민의 날에 열린 이주자 권리 보장 집회는 전혀 보도하지 않으면서 이주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는 기사를 실은 것은 진보언론답지 못했다. 〈민중의소리〉는 지금이라도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이주자들에 대한 편견을 조장한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