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미. 1985년생, 여성. 2003년 삼성반도체 기흥 공장 입사. 3라인 디퓨전 공정 세척 업무, 1년 8개월간 근무. 2005년 6월 백혈병 발병, 2007년 사망. 당시 23세.”
그녀는 세상에 알려진 첫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다. 작가는 이 건조한 기록 뒷면의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했고, 책 속에 펼쳐 놓았다. 고(故) 황민웅, 김주현, 연제욱, 박지연, 이희진, 이윤정, 박진혁, 신송희, 유명화, 김옥이, 한혜경.
이들은 엄청난 노동 강도에 시달렸고, 다 파악되지도 않는 독성 물질 가득한 작업 환경에서 일했다.
삼성은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에게 몇 만 명이 일하는 공장에서 겨우 6명이 백혈병에 걸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뒤 4년이 지난 지금, 제보된 피해 사례는 1백40여 건에 이른다. 확인된 사망자는 현재 50여 명이다.
“노동자들이 무슨 약품을 사용했는지, 삼성은 몰랐을까요? 회사가 알고도 그대로 두었다면 이건 … 살인이에요. 살인”.
2010년 삼성전자, 반도체 노동자 18명이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보상보험 지급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불승인 처분을 했다.
그래도 김옥이, 송창호, 고 이숙영·황민웅·황유미 씨 유족은 굴하지 않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신청했고 2011년 6월 23일 마침내 고 황유미·이숙영 씨는 부분적으로 산재를 인정받았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직업병을 인정한 첫 판결이었다.”
함께 소송을 진행한 송창호 씨는 이렇게 말했다. “대기업하고 싸우다니, 이게 달걀로 바위 치기라고 했는데 … 오늘 보니까 바위가 깨지기도 하네요.”
그러나 판결 직후, 삼성은 억울하다며 항소했고 피해자들은 법정 싸움을 계속 하고 있다.
탐욕스러운 삼성이 저지른 범죄와 그에 맞선 저항을 알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 볼 필요가 있다.
△삼성이 죽인 ‘또 하나의 가족’ ⓒ사진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