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 세계화’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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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 세계화’ 워크숍
“아시아 운동은 세계 반전·반자본주의 운동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아시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한국 참가자는 3백 명이 넘었다. 파키스탄에서 5백 명이 참가했고, 방글라데시와 일본 참가자도 수백 명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 세계사회포럼과 비교했을 때 커다란 변화였다. 3차 세계사회포럼 아시아측 참가자는 겨우 2백여 명뿐이었다.
이번 세계사회포럼에서 많은 포럼과 워크숍, 토론 들이 아시아 운동의 쟁점을 다루었다. 한국의 반신자유주의 단체인 ‘아래로부터 세계화’가 조직한 워크숍 “제국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아시아의 행동”은 아시아 활동가들이 반전·반자본주의 활동에 대해 서로 토론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였다.
저항
첫 발표를 시작한 ‘다함께’의 김하영은 남한 반전운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한국의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은 광범한 반전 여론에 비하면 최대 1만 명 정도의 작은 규모였다. 그러나 대중적 반전 운동의 첫 등장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큰 진보였다.
“다양한 세력들이 모여 운동을 함께 건설한 것도 의미 있는 발전이었다. 무엇보다 한국의 반전 운동이 국제적 운동의 일부라는 것을 자각한 것 자체가 큰 발전이었다.
“이런 발전은 자동적인 과정이 아니었다.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해한 활동가들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호주 국제사회주의 조직(ISO)의 존 모리스는 호주 제국주의를 폭로했다.
“호주는 무려 1백억 달러를 군비에 썼다. 그 때문에 복지와 의료가 삭감됐다. 이에 대한 호주 국민들의 저항도 강해지고 있다. 1백만 명이 2월 16일 국제 공동 반전행동의 날에 행진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정권 교체’를 향한 움직임이었다.
필리핀 BMP(필리핀 노동자연대)의 레이하나 모히딘은 필리핀의 반신자유주의와 반전운동에 대해 발표했다.
“최근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반사유화 투쟁이 시작됐다. 물, 전기 등이 사유화 대상이다.
“필리핀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또 다른 측면은 반전운동이다. 9·11 이후 우리는 지역 공장에서 반전 동원을 하고 노동자들에게 경제적 공격과 전쟁의 관계를 선전했다.”
자일스 움파콘은 타이의 유일한 혁명적 좌파 조직인 ‘노동자 민주주의’(Worker Democracy)의 지도자이다. 그는 아시아 활동가들이 지배계급으로부터 독립된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국 정부가 좀더 진보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시아 좌파가 있다. 좌파 민족주의자들은 타이 정부가 진보적이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정부가 반제국주의 정부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착각은 과거에 많은 스탈린주의 정당이 실천한 바 있다. 인도 공산당은 국민회의와, 타이 공산당은 군부와 제휴한 바 있다.
“그러나 제국주의에 맞서는 투쟁은 자국 지배계급에 대한 투쟁과 분리될 수 없다. 제국주의에 맞서기 위해 진보적 정부와 제휴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지배자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이런 투쟁에서 올바른 정치가 매우 중요하다. … 타이의 평화운동은 정치적으로 너무 취약했다. 그들은 이라크에 국수를 보내서 타이 군대가 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자고 주장했다. 이러한 혼란한 생각 때문에 정부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1997∼1998년 인도네시아 혁명에서 주도적인 노동조합 활동가였던 디타 사리는 신자유주의가 인도네시아의 민주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잘 지적했다.
“세계화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없다. 세계은행과 IMF는 수하르토 독재를 지원했다. 1997년에 독재가 전복됐지만 이들 기구가 강요한 신자유주의 때문에 정치적 보수주의가 강화됐다.”
마하티르
청중석 토론에서 전교조 교사 김성보는 반전운동이 노동자 투쟁과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압력에 맞서는 투쟁은 작업장 투쟁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작년에 학교에서 반전수업을 하고 반전 서명을 받고, 반전 버튼을 판매하고, 반전 시위에 동참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온 한 활동가는 지배자들에게 착각을 품지 않고 독자적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고 발언해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일부 사람들은 말레이시아 총리 마하티르가 세계화에 맞서 싸운다고 말한다. 그러나 마하티르는 전혀 진보적이지 않다. 그는 토착자본가들을 위해서 초국적 자본과 맞서고 있을 따름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고통은 무시당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이 이라크에 전쟁을 일으켰을 때 두 건의 시위가 일어났다. 하나는 정부가 주도한 시위였는데 단순하게 평화만을 요구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진보 세력들은 올바르게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략을 반대했다 … 경찰은 우리에게 최루탄을 뿌렸다.”
‘아래로부터 세계화’ 활동가인 최용찬은 아시아에서 3·20 전세계 반전행동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자고 제안했다.
“남한에서 모든 NGO와 좌파들은 3·20을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의 운동은 그 동안 서로 고무했다. 이제 3·20 때 아시아의 공동 행동을 조직하자.”
정리발언에서 자일스는 아시아 운동 내 토론을 강조했다.
“우리는 ‘이슬람과 같이해야 하는가? 노동계급은 운동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등 다양한 논점을 가지고 아시아의 운동들과 논쟁해야 한다. 3·20을 조직하면서도 같은 논점이 제기될 것이다. 김하영은 스탈린주의에 대한 자일스의 문제제기를 남한의 사례를 들어 답했다.
“남한의 스탈린주의자들은 북한의 핵무기 억제력에 기대하거나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통해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북한을 사회주의라고 보지만, 북한은 미국이 만들어낸 적일 뿐 진정으로 미국에 맞서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생각이 진지하게 대중 행동을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아시아 운동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아시아의 나라들은 많은 공통점이 있다.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모순들이 응축돼 있다. 그러나 나는 아시아의 운동이 후발 자본주의 나라 운동에 고유한 특징을 유지하기보다는 세계적인 반전·반자본주의 운동 속에서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