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씨의 ‘1퍼센트 방송 만들기’에 맞선:
MBC 파업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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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30일, MBC 노동자들이 김재철 사장의 퇴임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의 효과로 뉴스와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이미 마비되기 시작했고, 예능, 라디오 등도 결방률이 높아질 예정이다.
김재철은 정권의 MBC 장악을 위한 첨병으로 파견됐고, 그동안 뉴스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왜곡·편파 보도를 일삼았다. 핵심 보직은 친정권 인사들이 장악했고, 바른말 하는 기자와 PD 들은 징계를 받고 다른 부서로 쫓겨났다.
그래서 MBC 기자들은 한미FTA 반대 집회를 취재하러 갔다가 ‘나가라’는 냉대를 받고 돌아오기 일쑤였다. 이런 경험을 겪은 기자들은 뉴스를 바꾸기 위한 투쟁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파업은 유리한 조건에서 시작하고 있다. MBC 장악의 주범인 이명박은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의 방송 장악 우두머리인 최시중도 비리에 연루돼 자진 사퇴했다. ‘〈무한도전〉 못 봐도 좋으니 마음 놓고 파업하라’는 지지의 목소리도 넘쳐나고 있다.
이런 좋은 조건을 이용해 이번에는 성과 있는 파업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난 MBC 파업의 교훈을 잘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파업의 교훈
MBC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매해 파업을 했다. 2008년과 2009년 파업은 조중동에게 방송을 내 주는 언론악법에 반대해 벌어졌고 악법 처리를 두 번이나 연기시킨 바 있다.
하지만 김재철 사장 퇴진을 내건 2010년 파업은 아쉽게 패배했다. 당시에 노조는 39일 동안 파업했지만, ‘파업보다는 지방선거에 대한 올바른 보도에 주력하자’는 일부 친민주당 시민단체 지도자들의 압력을 노조 지도부가 수용하며 투쟁을 접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사기가 꺾였고, 이근행 전 위원장은 해고됐고, 조합원들은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다행히도 정권의 심각한 레임덕 속에 MBC 노동자들은 투지를 조금씩 되찾고 있다. “김재철이 나가지 않는 한, ‘MB씨의 MBC’라는 멍에는 극복할 수 없다”(MBC노조 정영하 위원장)는 사실을 큰 댓가를 치르며 깨달은 만큼,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파업이 단지 MBC 노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언론 장악에 맞서는 정치 투쟁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진보진영의 연대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연대단체들의 힘을 모으는 일정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데, 언론노조와 MBC 지역 지부들, 시민사회단체들과 민주노총·진보정당들의 힘을 모아 집중 집회 등을 열고 MBC 사측과 그 배후에 있는 정권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언론노조와 MBC노조 서울지부, MBC노조 지역지부가 조중동 종편의 광고 영업 방식 문제(미디어렙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는데, 이런 갈등이 파업에 대한 연대를 건설하는 데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
이명박 정권의 온갖 나쁜 언론 정책을 좌절시킬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지금처럼 언론 노동자들이 집단적 행동에 나서는 것이고, 그래야 정권의 종편 퍼주기도 좌절시킬 힘이 생긴다. 따라서 언론 노동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MBC 파업을 승리로 이끌고 이 힘을 바탕으로 올바른 미디어렙 설치 등 조중동 종편에 대한 통제 강화를 요구하는 것이 옳다.
MBC 노조 파업이 승리해 1퍼센트만을 위한 방송을 만들려는 이명박의 시도를 보기 좋게 좌절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