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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로 세상 보기:
자본주의와 언론

이명박 정부 하에서 벌어진 언론 장악 과정은 자본주의에서 권력자들이 언론을 어떻게 길들이려 하는지 여실히 보여 줬다.

권력자들이 이토록 언론을 장악하려는 이유는 한 줌밖에 안 되는 권력자들이 다수를 통제하고 억압하기 위해서다. 자본주의는 소수의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통제하며 나머지 압도 다수를 착취함으로써 굴러간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경찰력 등을 통한 물리적 통제도 필요하지만, 동시에 대중이 자본주의에 대한 의심의 눈길을 거두고 이 체제를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여기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자본주의의 권력자들은 언론을 활용한다.

언론은 기성 체제를 옹호하고 일상적으로 소수자들에 대한 온갖 차별과 편견을 부추김으로써 체제에 맞선 단결을 가로막는 구실을 하곤 한다.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고, 이주자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며, 노동자 투쟁을 경제를 망치는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보도한다. 그뿐 아니라, 온갖 선정적 스캔들, 범죄, 스포츠 기사들을 부각하며 이 체제의 진정한 문제점을 가리고, 자본주의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보지 못하게 한다.

뉴스 보도뿐 아니라 토론 프로그램의 출연자 선정, 연속극의 줄거리 등도 사람들의 의식에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언론의 의도는 무엇을 보도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을 보도하지 않는지에서도 드러난다. 이것은 자본주의에서 언론을 소유·통제하는 것은 막대한 자본을 가진 사람들이나 자본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직접 소유·통제하지 않더라도 기업 광고나 정부 보조금이 여기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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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마르크스는 1845년에 《독일 이데올로기》에서 이런 현상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설명한 바 있다. “어떤 시대에나 지배계급의 사상이 지배적인 사상이다. 즉, 사회를 지배하는 물질적 세력인 지배계급이 그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적 세력이기도 하다. 물질적 생산수단을 통제하는 계급이 정신적 생산수단도 통제한다.”

하지만 언론의 영향력이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다. 시청률이 가장 높은 KBS와 MBC가 한미FTA 반대 시위를 외면하고 정권 비호 방송으로 전락했지만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도, 사람들의 저항도 막을 수 없었다.

경제 위기 등으로 지배 이데올로기가 허물어질 때 언론의 영향력은 약해진다. 무엇보다 언론이 집단적 투쟁 속에서 대중이 직접 행동하고 경험한 것에 배치되는 거짓말을 할 때, 대중은 언론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거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금 MBC 노동자들의 파업 같은 언론 노동자들의 투쟁도 중요하다. 이것은 방송이 권력에 종속되지 않도록 할 중요한 힘이다. 또, 언론 노동자들이 방송을 멈추고 정권에 도전하는 모습은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도 이명박 정부에 맞서 싸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준다.

한편, 언론의 지배력은 단순히 몇몇 언론사 사주가 만든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지배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대안적 세계관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그것을 실현시킬 투쟁을 선동하고,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도록 가교를 놓아 줄 변혁적 언론이 필요하다. 〈레프트21〉은 바로 이런 구실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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