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에 나서고 있는 보험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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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수) 처음으로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전국생명보험노동조합 합동 대의원대회가 열렸다. 이날 전국 35개 보험사 노동조합에서 파견된 8백여 명의 대의원들은 부당한 지급여력 기준1) 철폐를 외쳤다. 그와 더불어 대의원들은 88% 파업 찬성률로 정부의 금융 구조조정 저지 파업 투쟁을 결의했다.
보험 노동자들이 공동의 요구를 내걸고 함께 투쟁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 3년간 두 차례 구조조정으로 11개 생명보험사가 각개 격파당했던 경험 때문에 노동자들은 연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준법감시인 제도를 물리치다
작년 7월 11일 은행 노동자들의 총력 파업에 직면한 김대중 정부는 강제적 합병을 비롯한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김대중은 그 뒤 금융지주회사법을 국회에 상정시켜 법제화하는 한편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했다.
준법감시인은 각 금융회사에 파견돼 노동자들이 법규를 제대로 지키는지를 감시해서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금융감독원에 보고를 하는 자이다. 그러나 정현준·진승현 게이트에서 드러나듯이 온갖 부패와 비리의 사슬구조에서 자유롭지 못한 금융감독원이 준법을 운운하는 것은 뻔뻔스런 일이다.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은 준법감시인 선임 철회를 요구하며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손해보험을 제외한 다른 금융 노동자들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법감시인은 노동자들에게 준법 서약서 제출을 요구하며 본색을 드러냈다. '법을 지키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마치 법을 어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느냐'는 준법감시인의 눈초리에 일부 노동자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굴욕적으로 서명했다.
그러나 보험사에 이어 증권·은행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반발에 적절하게 대응했고 신한은행 노동조합은 행장실 점거 농성까지 벌여 준법 서약서 서명을 완전 중단시켰다. 통쾌한 승리였다.
그러자 정부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완전히 무력화시킨 금융 노동자들에게 보복했다. 정부는 한꺼번에 준법서약서를 받으려 했던 계획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정부 출연 및 투자기관 노동자들에게 먼저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강요했다.
퇴직금 누진제는 임금의 일종이다. 기초적인 사회보장제도 조차 없는 이 나라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임금의 일부를 미래에 퇴직금 형태로 받는다. 따라서 퇴직금 누진제 폐지는 임금 삭감의 효과를 가진다.
기획예산처가 예산승인권을 무기로 임금을 삭감하려는 시도에 맞서 서울보증보험 등 몇몇 사업장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공동대응을 모색했지만 안타깝게도 금융권 노조 전체로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퇴직금누진제 폐지 압력은 단순히 특정 사업장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대우차 노조의 채권단 동의서 제출이 금새 은행 노동자들을 공격하는 신호탄이 되었듯이 공공부문 금융기관의 퇴직금 누진제 폐지는 사기업의 연봉제 도입, 인원 감축으로 확산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부실에 노동자는 책임 없다
퇴직금 누진제 폐지를 밀어붙인 김대중 정부는 금융 구조조정의 행동부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앞세워 지급여력기준의 칼날을 휘두르며 보험 노동자들을 공격하고 있다.
현재 지급여력기준 100%에 미달하는 국제화재·제일화재·삼신생명·현대생명·한일생명 5개 보험사가 적기 시정조치를 받았고 이 가운데 삼신·현대·한일생명 3개사는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됐다.
대의원 대회를 취재했던 〈한겨레〉 정남구 기자는 "정부가 보험계약자들을 보호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며 따라서 지급여력기준에 미달하는 보험사는 정리돼야 하고 노동자들의 파업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얄미운 주장을 폈다.
그러나 손해보험 노동자들은 "기관 투자가라며 증시 활성화를 위해 주식을 사라고 정부에서 부추길 때는 언제고, 주식 시장이 침체에 빠지니깐 주식 평가손을 지급여력기준에 반영해 구조조정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손해보험 노동자들은 울화통을 터뜨렸다.
보험계약자들의 돈을 갖고 주식 투기하라고 몰아댄 것은 정작 정부였다. 따라서 보험사 부실의 책임은 마땅히 정부가 져야 한다. 삼신생명 한 노동자는 "우리 회사는 각종 기업 평가 자료에서 3년 연속 all A를 받을 정도로 탄탄했다. 그런데 정부의 지시로 대우 채권을 만기 연장해주다가 대우 그룹이 무너지면서 우리도 같이 끌려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