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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녀 김지윤·한나라당 이준석 맞짱토론:
99퍼센트의 분노와 1퍼센트의 오만이 충돌하다

2월 3일 오후, 고려대 교육방송국(KUBS)에서 흥미진진한 ‘맞짱토론’이 열렸다. ‘얼마나 더 누리려 이름을 그렇게 지었느냐’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새누리당(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이준석과 이명박 정권의 국무총리와 다양한 논객들에 맞서 시원하게 99퍼센트를 대변했던 ‘고대녀’ 김지윤 씨가 등록금, 청년실업, 대학구조조정 등의 현안을 두고 토론을 벌인 것이다. (김지윤 씨는 2009년 〈레프트21〉 창간 때 본지 기자로 활동한 적이 있다.)

‘맞짱토론’은 시종일관 뜨거운 분위기로 진행됐다. 등록금, 대학구조조정, 청년실업을 주제로 진행된 토론은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여러 학교에서 온 대학생 청중 80여 명도 집중해서 토론을 듣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김지윤의 힘찬 주장은 토론회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지윤의 발언을 들었다.

“감사원 발표처럼 각 대학들이 예산 뻥튀기를 통해 남긴 차액들만 없애도 즉각 12.5퍼센트의 등록금 인하가 가능합니다. 겨우 2~4퍼센트 인하하는 것으로는 이미 높을대로 높은 등록금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대학생들의 부담과 고통을 줄이기에는 너무 부족합니다.”

김지윤은 이 나라가 OECD 국가들 중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장 적고 사립대학 적립금 총액이 10조 원에 달한다며 즉시 반값등록금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서도 “등록금 낮춰 달라는 요구에 대학을 줄이겠다고 답하는 것은 완전한 동문서답”이라며 “오히려 대학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고 대학을 부실하게 만들었던 사학 재단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지 않는 정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동국대나 중앙대의 사례처럼 기업의 논리에 따라 학문을 재편하는 대학 구조조정, 대학 시장화·기업화에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고 학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잃어버리는 학생과 교수 들에게는 전혀 득이 될 수 없는 정책입니다.”

3일 오후 고려대 교육방송국에서 ‘고대녀’ 김지윤 씨와 이준석 새누리당(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이 ‘등록금, 청년실업, 대학구조조정’ 등의 현안을 두고 ‘맞짱토론’을 했다.

김지윤은 정부의 청년실업 대책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저질 저임금 일자리가 굉장히 많고 이것은 단순히 20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정규직 6백만 시대를 살아가가고 있는 대다수 노동자들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청년인턴제’는 저질 단기 알바에 지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턴이 끝나고 나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굉장히 적습니다.”

김지윤은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려면 ‘공공부문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구조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공공부문부터 일자리를 늘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도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이 익숙치 않으니) 한나라당이라 말하겠다”며 발언을 시작한 이준석은 사립대 적립금 총액 10조 원을 환수해야 한다는 김지윤의 발언에 대해 “그것은 기금이라고 생각하기엔 정말 적은 액수다” 하고 잘라 말했다. 자신이 다닌 하버드대는 “재단의 적립금이 30조”라며, 등록금은 올리면서 적립금은 쌓아가는 사립대 재단의 탐욕스러운 행태를 옹호하고 더 부추겼다.

그는 감사원의 폭로에 대해서도 “대학별로 사정이 다르다”, “부동산 감가상각을 잘못 매긴 것”이라며 사립대 재단을 방어했다.

또 영국이 등록금을 “2003년부터 3천 파운드, 2011년부터 9천 파운드로 등록금을 올리고 있다”며 등록금 인상이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준석은 대학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전국에 대학이 몇 개인가? 4백~5백개 되는 대학 중 하위 10퍼센트도 안 되는 대학인데 [퇴출하는 것이 문제인가] 부실화된 대학들 중 살릴 가치가 있는 대학에 지원하려는 … 것을 차별로 낙인찍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선동하는 것 아닌가” 하며 ‘1퍼센트’ 대변 정당다운 인식을 드러냈다.

김지윤이 학생들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이해하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하고 말하기도 했다.

이준석 “[대학생들의 처지를] 이해하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준석은 철저하게 친기업적 태도로 일관하며 문제의 책임을 청년들 개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렸다.

“청년들이 재도전을 너무 고려하지 않는다 …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도] 양질의 인재들이 오지 않는다 … 너무 다수에게 혜택을 주려하다 보니 양질의 일자리가 나오지 않는 것 … [청년들이] 재도전의 기회[를 잡기 위해] 심각하게 노력해야 한다.”

이준석의 태도는 오만했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부담을 느낀 듯, 시종일관 책임 회피적 태도를 취했다.

등록금 정책, 청년실업에 대해 김지윤이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자 “내가 지금 정책팀 대변인으로 나와 있는 것도 아니고”라며 난색을 표했다.

또 그러면서 “한나라당의 정책은 부자들이 등록금을 더 내고 가난한 학생들부터 등록금을 인하하자는 것”이라며 물타기를 하려 했다.

김지윤이 4대강 사업 예산 문제나, 법인세·종부세 인하 등 이명박 정부의 우선 순위를 지적하자, “4대강 사업에서 22조를 뺀다고 그것이 등록금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어떻게 정책으로 강제할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용산 철거민이나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휘두른 무자비한 ‘강제’와 폭력을 기업·부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청중으로 참가한 윤주양 고려대 사범대 학생회장은 “교육은 모두의 권리이고 당연히 누려야 하는데 비용 문제 때문에 누리지 못하는 것이 진정한 문제 아닌가” 하며, 이준석의 ‘현실론’을 비판했다.

서울대에서 온 배병기 학생은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법인화 법안이 통과될 때 다른 예산안 법안과 날치기로 통과되었는데 …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고려대 소민호 학생은 “MB정부에서도 [반값등록금을] 공약으로 했지만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에는 물대포로 화답했다”며 “새누리당에서도 한나라당과 선을 긋기 위해 이름을 바꿨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국민적인 시선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거의 30분 가까이 더 진행된 토론회의 마지막에 김지윤은 “‘3포 세대’, ‘꿈을 꾸는 것이 사치다’ 하는 말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1퍼센트를 대변하는 정부와 사회의 우선순위를 바꾸려면 함께 토론하고 함께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