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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슬럼프》 서평에 대한 김종현 동지의 논평에 답하며

이 글은 김종현 동지가 보낸 ‘《글로벌 슬럼프》 서평에 대한 간단한 논평’에 답한 글이다.

먼저 김종현 동지가 내가 쓴 《글로벌 슬럼프》 서평을 꼼꼼히 보고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을 뿐 아니라 토론해 볼 만한 쟁점을 제기해 줘서 정말 감사하다. “마르크스가 옳았다”는 말이 나오는 요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대한 논쟁이 활발해 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특히 나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폭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 김종현 동지의 예리한 지적 덕분에 큰 자극을 받았고 배우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김종현 동지가 제기해 준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측면에서 이견은 있다.

논평에서 김종현 동지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을 제기했다.

첫째는 과잉축적과 과잉생산의 개념에 관한 것이다.

나는 글에서 맥낼리가 “과잉축적, 즉 과잉생산을 이윤율이 하락하는 원인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썼다. 그런데 김종현 동지는 “과잉축적 즉 과잉생산”이라고 표현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문제제기 했다. 동지는 과잉축적을 제기하는 것이 곧 소비에 비해 투자와 생산이 과도하게 벌어져서 공황이 발생한다는 생각(즉, 과잉생산 공황론)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동지는 과잉축적을 제기하는 것은 “자본의 구성이 고도화되어 공황의 조건이 발생한다는 주장”과 비슷한 것이라고 썼다.

그러나 김종현 동지가 지적한 부분은 내가 맥낼리의 주장을 요약하면서 쓴 것이다. 책에서 맥낼리는 명백히 과잉축적을 과잉생산과 통하는 개념으로 썼다.

“과잉 축적이란 우리가 앞에서 말한 과잉 투자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과잉 축적이 현실화하는 것은 같은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나 설비가 시장 수요에 비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 그런 상황에서 일부 사업체들은 전혀 이윤을 남기지 못하기도 한다. … 바로 이것이 과잉 투자 자본이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경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투자대비 수익률, 즉 이윤율은 갈수록 떨어진다.”(《글로벌 슬럼프》, 127쪽)

물론 내가 서평에서 썼듯이 맥낼리는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를 통한 이윤율 저하도 함께 말한다. 그러나 이를 과잉축적을 통한 이윤율 하락과는 다소간 구분되는 개념으로 “기계화가 가진 모순적 경향”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김종현 동지가 예로 든 로버트 브레너도 과잉축적을 이윤율 저하의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해 이윤율이 떨어진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브레너는 자본가가 “자기 자신의 이윤율을 감소시키는 기술을 스스로 도입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에서 이윤율 저하의 이유를 찾는 설명 방식은 거부한다. 대신 이윤율이 낮은 원인을 과잉생산과 과잉설비에서 찾는다. 즉, 브레너도 과잉축적이라는 개념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이 고도화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본의 양이 늘어났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물론 김종현 동지처럼 과잉축적을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와 연결지어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논의 구도를 봤을 때 과잉축적이 곧 유기적 구성 고도화를 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과잉생산론

더불어 김종현 동지가 제기한 과잉생산 공황의 개념 문제도 짚고 넘어갈 점이 있다. 김종현 동지는 “과잉생산론”은 “과소소비론과 유효수요 부족의 이론뿐만 아니라, ‘불비례론’ 때로는 ‘이윤율 저하론’까지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라고 썼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것은 김종현 동지가 과잉생산이 벌어지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과 원인을 설명하는 것을 혼동하기 때문인 듯하다.

공황 시기에는 언제나 과잉생산이 벌어진다. 모든 공황 때마다 물건을 만들어도 살 사람이 없고, 재고가 쌓이고 가동할 수 있는 기계들이 쉬는 일이 생긴다. 이런 현상이 왜 벌어지는가를 규명하기 위해 “이윤율 저하론”, “과소소비론”, “과잉생산론” 등의 이론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황의 원인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과잉생산론은 결코 나머지 이론들을 포함하는 개념이 아니다.

그리고 과잉생산론은 공황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이론이다. 김종현 동지가 언급한 책 《마르크스와 한국경제》에서 정성진 교수는 이렇게 썼다.

“자본주의에서 공황이 과잉생산공황이라는 사실은 마르크스 공황론의 출발점이지 결론이 아니다. 공황은 과잉생산공황이라고 선언하는 것은 공황은 공황이라는 동어반복에 불과하며 현재 공황의 본질, 원인, 특징에 대해 아무것도 말해 주는 것이 없다.”(175쪽)

과잉생산론에 대한 김종현 동지의 설명을 보면 김종현 동지는 이윤율 저하를 공황을 낳는 다양한 원인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 위기 속에서 과잉생산이라는 현상이 벌어지는 핵심 원인에는 이윤율 저하가 있다. 투자는 소비재에 대한 투자만 아니라 생산재에 대한 투자도 있다. 만약 이윤율이 높다면 자본가들은 투자를 늘릴 것이고 이를 통해 생산물을 모두 소비할 수 있다. 이윤율이 낮을 때는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과잉생산이 벌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과잉생산, 과소소비 등은 이윤율 저하라는 근본 원인에서 나온 결과인 것이지 그 원인은 아니다.

이윤율과 이윤양

둘째 논점은 이윤율(자본가들이 투자한 돈으로 얼마나 많은 이윤을 얻는가를 나타내는 비율)과 이윤양에 관한 것이다.

김종현 동지는 “이윤율은 자본가들에게 그닥 중요한 투자 지표가 아니다” 하고 주장하면서 “마르크스 경제 이론에 있어 자본가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더 큰 이윤“율”이 아니라 이윤“량””이라고 썼다. 이런 주장을 볼 때, 공황 분석에서 이윤율을 핵심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김종현 동지의 생각이 더 분명히 드러난다.

그러나 김종현 동지의 주장처럼 자본가들이 이윤율은 크게 개의치 않고 이윤량이 마이너스가 아닌 이상 투자를 늘릴 것이라면, 이번 전 세계적인 위기 전에 기업들이 왜 그렇게 막대한 돈을 쌓아 두고 투자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물론 마르크스는 이윤양을 중요하게 검토하지만 이윤율 저하경향 하에서 이윤량의 증감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토한 것이다. 이윤율이 저하했을 때도 개별 자본가들은 “자본축적에 열을 올”리는 일을 벌일 수 있다. 이윤율이 낮을 때 자본가들은 경쟁에서 살아남아 더 많은 이윤을 벌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돈을 투자하며 축적률을 높일 수 있다. 착취율을 높이는 것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이 곧 이윤율이 낮을 때도 이윤율이 높을 때처럼 진취적으로 투자와 생산을 확대한다는 뜻은 아니다.

마르크스는 자본가들이 투자를 하는 데서 이윤율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핵심적으로 강조했다.

“자본주의의 자체 확장 비율, 즉 이윤율은 자본주의 생산의 자극제라서 이윤율이 하락하면 … 자본주의 생산 과정 자체가 위협받는다.”(마르크스, 《자본론》 3권, 236쪽)

셋째로 김종현 동지는 내가 맥낼리의 이윤율 그래프 분석을 “왜곡”이라고 표현한 것은 “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윤율은 어느 경제학자가 사용하냐에 따라 그 정의가 크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고 말할 문제지 “왜곡”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제기였다.

이는 이윤율로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것에 충분히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 김종현 동지의 생각을 반영한 듯하다.

게다가 이 지적은 내 주장을 오해한 것이다. 나는 맥낼리가 이윤율 추계를 “왜곡”해서 제시했다고 지적한 것이 아니라, 맥낼리 자신이 제시한 그래프를 해석하면서 왜곡이 있었다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맥낼리가 제시한 이윤율 그래프는 또 다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사이먼 모훈이 추정한 이윤율 그래프다.

맥낼리는 “1982년에서 1997년 사이 미국의 이윤율이 2배로 증가했다”고 했지만 사이먼 모훈의 그래프를 보더라도 1982년에서 1997년의 이윤율은 6.5퍼센트에서 10.5퍼센트로 증가한 것이다. 두 배라고 말한 것은 과장이다.

게다가 서평에서 내가 쓴 것처럼 맥낼리는 최저점과 최고점의 수치를 단순 비교해 이윤율이 크게 증가한 것처럼 해석하려 했다. 만약 고점과 고점을 연결하는 통계를 냈다면 대략 8.5퍼센트(1984년)에서 10.5퍼센트(1997년)로 오른 것으로 맥낼리가 두 배라고 말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나는 그런 점에서 맥낼리가 이윤율 그래프를 왜곡해서 해석했다고 비판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글에서는 주로 이견이 있는 부분을 썼지만 김종현 동지와 나는 공통점이 많다. 그러나 공황의 핵심 원인을 이윤율 저하로 보느냐 아니냐에서 이견이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김종현 동지는 내가 “고 크리스 하먼과 로버트 브레너 교수를 인용하면서 이윤율은 신자유주의 시기에도, 맥낼리 교수의 의견과는 달리, 이윤율이 상당히 높았음을 주장한다”고 썼다. 아마도 내 주장을 정반대로 오해한 듯하다. 맥낼리는 신자유주의 시기에 이윤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주장했고, 크리스 하먼과 로버트 브레너는 신자유주의 시기 때 이윤율이 낮은 편이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 내용을 인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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