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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호텔:
파업 38일 만에 얻은 성과

세종호텔 노동자들이 파업 38일 만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고용안정협약 준수 등을 약속받았다. 용역회사까지 설립해 외주화를 추진하려던 사측의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제동을 건 것이다. 특히,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과 함께한 아름다운 연대는 고무적이었다.

더구나 한국노총 소속으로 쟁의 한 번 해보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한 달 넘게 투쟁해 스스로 쟁취한 것이니 의미가 있다.

물론, 투쟁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부당 전보 문제에서 요구를 관철하지 못한 것은 무척 아쉽다. 노조 지도부가 투쟁 수위를 높이길 주저하고 노동자들의 힘을 제한하면서, 결국 하나를 양보하고 나머지를 취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번 성과는 정부·여당이 더한층 깊은 위기로 빠져들고, MBC 파업, 쌍용차 투쟁, KTX 민영화 반대 투쟁 등 저항의 가능성이 꿈틀거리는 속에서 이뤄졌다. 정치적 상황이 세종호텔 투쟁에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세종호텔 투쟁은 1월 17일 사측이 구사대를 동원해 농성장을 침탈하면서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1월 30일 ‘희망 뚜벅이’ 집회를 앞두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가 주목을 받으면서 사회적 지지를 넓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여론의 압박을 받은 사측은 “시간이 갈수록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노조의 신념이라고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종호텔 회장 주명건이 MB의 측근이라는 점도 주요했다. 노조는 “우리도 MB맨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파업 중인 MBC 노동자들과 홍보전을 함께하고, KTX 민영화 반대 집회에 대열을 지어 참가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철도노조 이영익 위원장을 비롯해 홍세화·노회찬 등 진보 인사들이 농성장을 찾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민주당 정동영 의원까지 지지 방문을 왔다.

결국 사측은 ‘희망 뚜벅이’가 주최하는 2차 세종호텔 집회를 하루 앞둔 2월 6일 밤, 노동자들에게 양보했다. 시간을 더 끌다가는 노조의 파업이 더 큰 사회적 투쟁과 결합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MB의 측근

그런 점에서, 세종호텔 노조 지도부가 그동안 정치적 투쟁들에 연대해 온 것이 이번에 도움이 됐다고 볼 수 있다. 노조는 2008년 촛불집회 때부터 최근 한미FTA 저지 투쟁에 이르기까지 사회적 투쟁에 관심을 갖고 열의있게 동참해 왔다.

그러나 노조 지도부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의 투쟁을 더 강력하게 밀어붙였다면, 더 빨리, 더 나은 성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노조 지도부는 처음부터 조합원들의 압력에 떠밀려 로비 농성에 돌입했고, 이후 “프런트 대체 인력 투입을 막자”, “투쟁 수위를 높이자” 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제기를 적극 수용하지 않았다.

농성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난 뒤에야 투쟁 수위를 높이기로 결정했지만, 그 후로도 1주일 동안 주저하고 동요하면서 위기를 자초한 점이 있다.

이런 과정에서 처음에 50여 명으로 시작된 농성 대열은 점점 줄었고, 급기야 1월 중순경 10여 명이 우루루 업무에 복귀하기도 했다.

사실 지난해 복수노조 설립 이후 조합원 수가 급격히 줄어든 것도 노조 지도부가 노동자들의 요구와 불만을 적극 받아 안으며 투쟁을 건설하지 못한 탓이 컸다.

따라서 세종호텔 노조는 이번 투쟁에서 드러난 장점과 약점을 곰곰히 되짚어 보면서, 복귀 이후에도 계속될 전투에 올바로 대처해야 한다. “누구도 우리의 투쟁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연대의 소중함도 느꼈습니다” 하는 한 노동자의 말은 곱씹어볼만하다.

무엇보다 노조 지도부는 기층 노동자들의 불만에 매우 민감하게 귀 기울이며 적극적으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