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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학생 징계 규탄 기자회견:
부당징계 철회하고 대학 구조조정 중단하라

2월 10일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부당한 학생 징계에 맞선 기자회견이 열렸다. 얼마 전 동국대 학생들은 학과 구조조정에 맞서 총장실 점거 투쟁을 벌이다가 대량 징계를 받았다. 학교는 최근 징계를 재심의를 했지만 재심의 결과도 원 징계와 큰 차이 없이 퇴학·무기정학 등 중징계였다. 부당 징계에 맞서 싸우는 동국대 학생들과 연대하려고 졸업 동문, 타 대학 학생 등 30여 명이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동국대 학생들은 학과 구조조정에 맞서 작년 12월 총장실을 8박 9일 동안 점거하는 투쟁을 벌였고, 학교 당국이 이를 폭력적으로 침탈하자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그런데 입학 설명회에서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던 중 학교의 고압적인 태도에 분노한 한 참가자가 우발적으로 행동해 현장에 있던 교직원 한 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자 학교는 이를 빌미로 학생들을 대대적으로 탄압했다. 그날 저녁 천막을 폭력 침탈하고 저항하는 학생과 동문 들을 집단 구타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투쟁을 이끌던 총학생회장, 부총학생회장,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 3인 퇴학을 포함해서 무려 학생 30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10일 오전 동국대학교 본관 앞에서 ‘동국대의 학생자치권 탄압, 反교육적 부당징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병규

이에 맞서 동국대 학생들은 부당징계 철회를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하며 지지를 모았고 학교에 징계 재심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동국대 당국은 총학생회장단의 징계를 무기정학으로 고작 한 단계 낮추는 데에 그쳤다. 총학생회장단이 재심의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투쟁 과정에서 생긴 문제를 충분히 반성하고 학교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지만 말이다. 재심의 소명에 응하지 않은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의 퇴학 처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한 것이다.

"학생자치활동 억압말라" 최장훈 동국대 총학생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유병규

기자회견 사회를 본 최장훈 동국대 총학생회장은 “학교가 ‘작년 11월에 선거에서 뽑힌 총학생회는 학교에서 인정하지 않으니 더 이상 총학생회 활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 이것은 학생자치활동을 명백히 억압하는 것이다. 부당한 징계와 학생 자치 탄압하는 학교 당국에 맞서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정말이지 학교 당국이 무슨 권리로 학생들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학생회를 인정하고 말고 한단 말인가.

재심의에서도 퇴학 처분을 받은 김정도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이 첫 발언에 나섰다.

“동국대에서 벌어졌던 총장실 점거 투쟁이, 그리고 동국대 본부가 총학생회를 탄압하는 과정이 동국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2010년에도 중앙대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졌다.

“학문 탐구의 전당인 대학을 기업의 노리개로 만들고 학생들을 기업의 부속물 쯤으로 여기는 기업식 대학 구조조정이 우리가 여기서 기자회견을 하는 근본 원인이다. 대학의 기업화는 교수의 연구, 학생들의 학문 탐구를 시장의 이윤 논리에 맞춰 돈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학문을 평가하는 것이다. 대학의 기업화를 막고 부당징계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이어서 징계 대상자 중 한 사람인 신재영 문과대 학생회장이 발언했다. 그는 “총장님께서 ‘교육적인 차원에서 징계를 내렸다’고 말씀하셨다는데 어떻게 퇴학, 무기정학이 교육적인 차원인가?” 하고 반문하며 “[징계는] 현 총학생회를 인정하지 않고 학생들의 자치권을 무시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징계 철회

중앙대 구조조정에 맞서 투쟁하다 퇴학을 당하고 법정투쟁까지 했던 노영수 중앙대 학생의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그는 “대학에 민주주의가 차고 넘쳐야 하고 동국대는 불교 종립대학이기 때문에 부처님의 자비가 차고 넘쳐야 하는데 대학 본부의 무자비한 징계가 불교 종립대학임을 무색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법정에 가면 동국대의 반교육적인 징계가 철퇴를 맞을 텐데, 동국대 본부와 김희옥 총장은 학생에게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퇴학 징계 선배로서 동국대 학우들과 앞으로의 싸움을 함께 할 것을 약속” 한다고 말했다.

"학문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김지윤 다함께 활동가가 연대 발언을 하고 있다. ⓒ유병규

김지윤 대학생다함께 활동가도 연대 발언에 나섰다. 김지윤 활동가는 고려대의 신자유주의적 대학 운영에 맞서 싸우다 출교를 당해 무려 7백여 일 동안 고려대 본관 앞 천막농성을 벌였고 결국 2년 만에 징계를 철회시키는 기쁨을 누렸다.

“많은 대학 당국들이 기업화·시장화에 대항하는 학생들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려 입을 틀어막으려 하고 저항을 봉쇄하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고려대에서 저 역시 그 과정에서 출교를 당했고 여러 투쟁과 많은 분들의 연대 덕분에 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동국대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학이 교육기관으로 다시 바로 서고 대학에서 자치와 정의가 꽃필 수 있으려면 징계가 철회돼야 한다. 부당징계 철회하고 대학에서 자치와 정의와 학문의 자유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

동국대 윤리문화학과 89학번 졸업 동문도 규탄 발언을 했다. “나는 소수의 천막농성을 하는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철수시키는 사태를 목도했다. 현장에 있던 나도 직원 4~5명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옷이 찢어지고, 안경이 날아갔다. 천막 안에서 짓밟힌 졸업동문도 있다”며 분노했다. 또한 “무기정학은 총학생회 활동을 와해시키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생계를 걸고서라도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경고했다.

그는 법적인 대응과 함께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참여연대,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역대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장 등을 결집해 항의할 것이라는 활동 계획을 밝혔다. 동국대 당국이 학생들을 대하는 방식이 이명박 정부가 용산 철거민, 쌍용차 파업, 한진중공업 투쟁에서 보여 준 것과 매우 닮았다며 나꼼수를 패러디해 '동국대 김희옥 총장 헌정 카페'도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이윤 논리를 앞세운 학과 구조조정에 맞서 학생들의 저항을 원천 봉쇄하고, 학생 자치활동 자체를 무너뜨리려는 동국대 당국의 징계는 당장 철회돼야 한다. 대학의 기업화와 부당 징계에 맞서 싸우는 동국대 학생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