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9일 고리 1호기에서 외부전원이 끊기는 사고가 벌어졌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냉각 장치가 마비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
이를 막으려고 핵발전소에는 여러 개의 비상용 디젤 발전기를 설치해 뒀지만 이마저 작동하지 않아 무려 12분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았다. 자칫하면 부산과 울산 주민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험해질 판이었다.
그러나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후쿠시마 핵사고 1주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이를 공식 보고하지 않았다. 반핵 여론을 피하려고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 것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은폐 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는 지난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국정원이 나서 은폐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2004년에는 영광 5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는데 재가동을 강행했고 일주일 동안 이 사실을 은폐했다. 2002년에는 울진 4호기 냉각수 누출 사고도 단순 누설로 축소 은폐했다. 나중에 밝혀진 것만 이 정도니 얼마나 많은 사고들이 숨겨졌는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이번 사고는 굳이 지진 같은 자연재해가 없어도 핵발전소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모든 핵발전을 멈추고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 점에서 최근 통합진보당이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위해 탈핵 정책을 ‘원전재검토’로 후퇴시킨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런 야권연대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진보 진영은 반핵·탈핵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