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4일, 열네 분의 KBS 노동자분이 연세대학교를 찾았다. 이들은 파업 중인 KBS 새노조 소속 조합원들로서, 16일(금)에 있을 방송3사 파업콘서트를 학생들과 함께 홍보하려고 방문한 것이다. 이를 위해 아침부터 모인 세 명의 다함께 연세대모임 회원들은 수십 장의 대자보와 포스터를 학교 곳곳에 붙이고 KBS 투쟁을 지지하는 팻말을 만드는 등 노동자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홍보전은 매우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노동자들이 준비해 온 모든 홍보물들은 성황리에 배포되어 예상 시간의 절반인 한 시간만에 동났다.
노동자들은 지지하며 함께 싸워 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확인했기 때문인지 몹시 활기차 보였고, 다함께 회원들 역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웃으면서 함께하는 모습은 많은 학생과 노동자들에게 우리 싸움의 정당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노동자들과 회원들이 다과와 담소를 나누기 위해 학생 식당에 앉아있을 때였다. 내 옆 자리에 앉은 여성 노동자 한 분이 나에게 물어왔다.
"학생은 앞으로 졸업하고 나면 진로 계획이 어떻게 돼요?"
"다함께라는 운동 단체에서 활동을 계속할 것입니다." 좀 망설이다 대답했다.
그 노동자는 좀 놀란 듯 했지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뭐 학교 다닐 때 운동권도 아니었고, 운동 같은 건 나랑 상관 없는 남의 일로만 생각했었는데… 막상 직장 들어와서 막 이리저리 시달리고 부딪히다 보니까, 싸울 수밖에 없게 되고, 이런 게 다 내 일이 되는 거예요."
같이 둘러 앉은 여러 사람들로부터 공감과 동의의 말들이 이어졌다.
지배적 이데올로기는 지배 계급의 이데올로기다. 그래서 평상시 노동자들의 평균적인 의식 수준은 선진적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본에 맞서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의식화하고 선진화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좀 더 당당하게 답할 걸 그랬다. 저는 사회주의 활동가로 살 생각입니다. 지금 여러분처럼 싸우는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힘 보태드리는 일을 계속 하고 싶습니다. 투쟁이 일어나고 여러분들께 힘이 필요해질 때 언제든 힘을 보태드리기 위해 저희가 항상 이 자리에 있을 겁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