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에서 12년 만에 학생총회가 성사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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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 건국대학교 학생총회가 12년 만에 성사됐다. 건국대학교 등록금은 올해 2.5퍼센트 인하됐는데, 이는 지난해 등록금 인상률 4.7퍼센트(서울지역 1위, 전국 2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인하였다.
많은 학생들이 학교의 등록금 인하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고, 등록금이 2.5 퍼센트 인하되면서 2학점짜리 교양과목이 정당한 이유 없이 3학점으로 바뀐 것에도 분노했다. 게다가 교양과목 개수도 대폭 줄어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아졌다.
등록금이 4.7 퍼센트 인상된 지난해 2학기에도 총회 건설시도가 있었지만,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대표자들이 총회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결국 6백37명이 참가해 총회가 무산되는 안타까운 경험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총학생회가 없는데도 겨울방학부터 중앙운영위원회가 총회를 열기로 결정했고, 총회기획단을 꾸려 총회를 준비했다.
사실 총회 당일 날까지 대외적인 총회 홍보가 많이 되지 않아 총회가 성사될지 불투명했다. 각 단과대 학생회에서 자율적으로 학생들을 조직한다는 것이 총회 기획단의 입장이었고, 어느 단과대에서 얼마나 홍보가 진행되고 있는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대외적인 홍보도 많지 않아서 지난해 2학기보다 총회 홍보가 부족하다는 〈건대신문〉의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당일 학생회들이 신입생들을 대거 조직해 참가하면서 정족수인 1천6백29명을 넘겨 총회가 성사됐다.
12년 만에 총회가 성사된 것은 매우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당일 통과된 요구안들도 ‘등록금 15퍼센트 인하, 지난해 등록금 인상분의 반환, 3학점짜리 교양과목을 2학점으로 원상복구’ 등 정당한 요구들이었다. 대부분의 안건이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됐고, 많은 학생들이 총회 성사와 안건 통과에 고무됐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작 중요한 행동안 통과는 무산되고 말았다. 중앙운영위원회나 총회 의장은 행동안건을 발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대 학생회, 다함께 건국대 모임, 생활도서관, 쿰 등이 모여 만든 ‘등록금 대폭 인하 실천단’에서 본관 항의 방문 안건을 현장에서 서명을 받아 제출했다. 그러나 본관 항의 방문 안건에 공대 학생들이 단체로 반대했다. 더군다나 의결 도중 동물생명과학대학 학생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단체로 퇴장하면서 총회 참가자 수가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했고, 이 때문에 행동 안건이 의결되지 못했다.
행동 안건이 정식으로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총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정치대 학생회장의 주도로 본관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본관까지 진행한 행진에는 정치대 학생들 다수와 예문대 학생들 중 일부가 참가했다. 학생들은 본관 항의 방문을 통해 다음 날 학생복지처장 면담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다음 날 면담에서 학생복지처장은 이번 주 금요일(3월 23일)까지 1차 답변을 주기로 했고, 학생 대표들은 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학교 측의 답변이 불성실할 경우, 학생들이 2차 행동에 나서야 완전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