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파 공작원의 실제 사건을 다룬 〈실미도〉가 1천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원인을 둘러싸고 많은 평론가들이 논쟁을 벌였다. 전체 인구에서 네 명 중 한 명이 한 영화를 봤을 때 그 이유가 단순히 영화의 완성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 영화는 나름대로 매끈한 상업영화이지만 순수하게 오락적 완성도에서 봐도 이보다 못한 흥행을 거둔 영화들보다 특별히 더 낫지는 않다. 인물들은 지나치게 상투적이고 줄거리 전개도 매끄럽지 못하다.
이 영화가 대중적 호소력을 가졌던 주된 이유는 영화의 완성도보다는 지금껏 국가가 금기했던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화를 비판한 글들도 소재를 확장한 점은 대부분 인정한다. 일부 평론가들은 “국가주의”와 반공주의를 비판했다고 칭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남한 국가권력이 인권을 무시한 사례를 다루면서도 국가권력에 대한 이 영화의 입장은 모순돼 있다. 이 영화에서 안기부는 대단히 부정적으로 그려진다.(국가정보원은 이미지 추락에 고심하고 있다는 보도자료를 내보냈다!) 반면에 실미도 대원들은 이와는 다른 진정한 애국자로 그려진다.
이러한 모순 덕분에 강우석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서 기회주의적 발언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이 영화가 “국가라는 이름, 절대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짓밟힌 개인의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가 나중에는 “진정한 애국심이란 무엇인가를 다루었다”로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관객에 따라서 다양한 반응이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