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병원 일반노조 송영옥 분회장 인터뷰: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 연대〉 구독
한일병원 식당 노동자들이 1백9일간 투쟁 끝에 통쾌한 승리를 거뒀다. 이 중년의 여성 노동자들은 삭발을 하고 음식물 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로비 점거 농성을 하며 끈질기게 투쟁했고, 그 결과 쟁취한 승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주고 있다. 투쟁을 이끈 한일병원 일반노조 송여옥 분회장을 인터뷰했다.
지난해 작년 7월에 노동조합에 가입하셨는데, 노동조합에 어떻게 가입하셨나요?
처음에는 노동조합이고 뭐고 아무것도 몰랐어요. 일하고 집에 들어와 살림이나 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조건이 너무 열악했어요.
예를 들어 고무장갑 같은 필수품도 제때에 지급되지 않아 각자 사서 썼습니다. 위생 신발도 도저히 신을 수 없는 수준이었어요. 연장근무를 해도 수당이 지급되지 않았고요.
한 동료는 수술을 해서 일을 못 나갔는데 바로 해고됐어요. 너무 억울해서 노동청에 알아봤는데 결국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어요. 산재처리에 수술비와 입원비도 받아내고, 월급도 받는 등 많은 것을 얻어냈어요. 그걸 보고 동료 19명이 노동조합에 가입했어요. 그 후 몇 년치 미지급된 수당도 받고, 물품지급도 잘됐어요.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가입했나 생각했습니다.
올해 1월 1일부로 해고됐을 때 심경이 어떠셨나요?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적어도 계약해지 두 달 전에라도 말해 줬으면, 우리도 다른 곳을 알아봤을 거예요. 불과 이틀 전에 다른 곳으로 가라고 통보됐는데 황당하고 너무 자존심 상했어요. 13년 동안 일해 왔는데 당연히 고용승계가 된다고 생각하고 해고 전날인 12월 31일까지 연장근무 했어요. 그래도 노동조합에 가입했기 때문에 1월 1일 해고된 걸 알고 바로 뭉칠 수 있었어요.
총선에서 야권이 다수당이 되면 해고 문제가 해결될지 모른다는 기대감도 있었을 텐데 어떻게 선거 바로 전날 로비로 들어가시게 됐나요?
사실 기대를 많이 하긴 했어요.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분들이 많이 연대해 주시기도 하셨고요. 선거에 참여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아쉽기는 했고, 선거 때문에 이슈화가 안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선거 전날 경찰이 함부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로비에 들어가기 전까지 1백 일 넘게 안 해본 게 없는데 해결되지 못해서 너무 억울했어요. 이번에는 끝장을 보자라는 생각이었죠.
4월 11일 1차로 침탈되고, 조합원 분들만 병원에 남았는데, 힘들지 않으셨나요?
그때 우리는 전혀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어요. 병원 측에서 노조 탈퇴하면 복직된다는 회유를 했지만 그럴수록 단결이 더 잘됐어요. 그전에 삭발까지 했는데 그때 이후로 똘똘 뭉칠 수 있었습니다. 쫓겨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빨랫줄로 목을 묶고 있었는데 정말 위험했어요. 경찰이 다가오는 걸 보고 놀란 동료 한 명이 움직이면서 정말 다들 목이 졸렸는데 한 분이 기절해서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위험한지 몰랐어요. 그냥 엄마들이니깐 빨랫줄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 (웃음)
또 연대하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 정말 큰 힘이 됐어요.
지역의 작은 투쟁에 이렇게 많은 관심과 연대가 계속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신문에서 봤는데 사회적으로 꼭 없어져야 할 것들이라는 설문조사에서 1위가 학교폭력이고 다음이 비정규직이었어요. 그 정도로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해요. 우리가 비정규직이면서 나이가 많고, 오랫동안 근무했다는 것에 다들 관심 있게 봐 주신 거 같아요.
특히 대학생들의 연대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이제는 소위 명문대를 나와도 비정규직이 될 수 있는 세상인데 그래서인지 학생들이 많이 와 줬어요. 또 병원 측에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싸움이라고 노노갈등을 부추겼는데 한국노총 소속인 한전KDN 노동조합에서 연대해 줬을 때 고마웠고 잘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지막으로 지금도 싸우고 있는 많은 노동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우리가 투쟁할 때는 앞이 잘 안 보이는 긴 터널을 지나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터널은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언젠가 빛이 보입니다.
불안하고 두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투쟁하면 승리할 수 있어요. 투쟁하는 당사자들이 포기하지 않고 투쟁해야지만 연대도 더 늘어날 수 있고요. 우리도 해결된 것처럼 하나하나 해결하다 보면 사회가 더 좋아질 겁니다.
열심히 투쟁한 만큼,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용역회사 노동자들을 조직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