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파업에 승리를!:
파업을 강화하며 연대를 구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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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확보하자, MBC 사장 김재철은 “MBC노조가 금방 파업을 끝낼 것”이라고 했다. 또 “총선 직후부터 [파업 조합원이] 수십 명씩 업무에 복귀하고 있다”는 유언비어도 퍼뜨렸다.
그러나 언론 노동자들은 총선 결과에 동요하지 않고 단호하게 파업을 지속하고 있다. MBC 간판 오락 프로인 〈일밤〉은 1퍼센트 시청률을 기록했고, 파업이 지속되자 〈불만제로〉 작가들이 ‘더는 못하겠다’며 일손을 놓아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구 MBC 노조는 대구 MBC 낙하산 사장 내정에 항의해 23일부터 정규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하고 방송을 멈춰 세웠다.
KBS도 업무에 복귀했던 예능과 드라마 PD들이 다시 파업에 동참하고 기자협회가 제작 거부에 동참하면서 방송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KBS에서는 사상 최초로 보직간부 22명도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동참했다.
물론, 사측은 총선 직후 언론 노동자들의 기를 꺾으려고 본격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KBS 새노조 농성장을 침탈했고, 불법 사찰을 폭로한 최경영 언론장악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을 전격 해고했다.
MBC 사측도 전국 19개 지역 간부 57명에 대한 무더기 징계 위협, 비정규직 기자와 PD 등 대규모 신규 채용 공고, 시사교양국과 보도제작국을 없애는 조직개편 시도 등을 시작했다.
그러나 파업 중인 언론 노동자들은 사측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투쟁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KBS 새노조는 여의도 공원에서 노숙 농성을 하며 매일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MBC 노동자들은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해 파업 미참가자들이 일하는 보도국실에 들어가 팻말 시위를 하고, 4월 23일부터 본관 로비 농성과 지역 조합원들의 상경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에 참가한 박광수 여수 MBC 지부장은 “김재철이 퇴진하지 않으면 파업을 접을 수 없다”며 투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투쟁이 정치권에도 압력을 가하면서 새누리당 내에서조차 파업 지지 발언이 나오자, 그동안 KBS 새노조의 파업 공백을 메우며 방송을 제작해 온 KBS 구노조도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
그러나 KBS 구노조 지도부는 예고했던 4월 23일 파업을 5월 3일로 연기하고, 부분 파업으로 파업 수위를 조절하는 등 미덥지 못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속하게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텐데 말이다.
무엇보다 구노조 지도부가 KBS 새노조의 파업을 “단순한 정권 심판론의 공허한 구호”로 치부하고, 김인규 사장 퇴진 요구를 회피해 온 것은 큰 문제다. 이것은 구노조의 파업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있다.
낙하산 퇴진
진정 낙하산 사장 선임 구조를 개선하려 한다면, 방송의 독립성·자율성 훼손의 주역인 김재철과 김인규 퇴진을 내걸어야 마땅하다. 구노조는 지금이라도 그동안의 태도를 반성적으로 평가하며, 언론노조 파업을 전폭 지지하고 동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호 기사에서 박설 기자가 “구노조 지도부의 잘못을 이유로” 단결 추구에 소극적인 KBS새노조를 비판적으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
한편, 총선 직후 민주통합당 대표 대행 문성근은 19대 국회에서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지도부도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프레스센터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고, 방송사 노조들도 “정치권에 국정조사를 계속 압박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언론 파업을 위해 대체 뭘 했냐’는 비판을 받아 온 민주당이 지금이라도 결의대회를 열고 파업 지지에 나선 것은 노동자들이 굳건히 싸워 온 덕분이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국정조사·청문회에 기대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총선 직후 민주당 박지원은 언론 파업 때문에 자신들이 패배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했다.
더구나 그동안 민주당이 추진했던 국정조사들은 모두 시간만 질질 끌다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BBK, 쌀 직불금, 광우병 쇠고기 국정조사만 떠올려 봐도 알 수 있다. 그래서 “국정조사나 특검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는 얘기도 거듭 나왔다.
무엇보다 청와대 낙하산 사장이 방송을 장악해 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저들에게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을 기회를 주는 국정조사·청문회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대중운동의 뒷받침이 없다면 국정조사나 청문회 그 자체로는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MB언론장악 심판, MB낙하산 퇴출, 공정보도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은 국정조사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낙하산 사장에 맞서 파업을 확대하고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
최근 ‘정권 실세’였던 전 방송통신위원장 최시중이 이명박의 대선 자금 마련을 위해 불법적으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점이 폭로되는 등 정권의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이것은 우리에게 기회다. 이를 이용해 이명박과 새누리당에 맞서는 정치투쟁 전선을 구축하자. 본관 로비 농성을 유지·확대해 강력한 거점 투쟁을 벌이고 대체인력 투입을 저지하는 것 등을 통해 방송 차질을 확대해야 한다. 전국적인 연대 투쟁도 광범하게 건설해야 한다.
노태우 정권 말기의 레임덕을 이용해 로비 점거파업과 광범한 노동자 연대로 승리했던 1992년 MBC 파업 때처럼 싸워야 한다.
반갑게도 민주노총은 언론 파업을 지지·엄호하려고 5월 11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언론노조 이강택 위원장도 5월에 “언론노조 차원의 전국적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말이 행동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