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민영화 저지 투쟁:
지배자들의 내분을 이용하며 투쟁을 발전시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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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4월 19일에 KTX 민영화 ‘사업 제안 요청서’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애초에 ‘올해 상반기 중에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던 부분을 삭제했다.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적절치 않아 탄력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런 후퇴는 70퍼센트가량의 반대 여론과 철도노조의 파업 추진도 고려한 것이겠지만, 무엇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반발 때문인 듯하다.
총선 전부터 “서두를 일이 아니다”던 박근혜는 “지금과 같은 KTX 민영화는 반대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한국처럼 국가자본주의의 유산이 강한 나라에서는 민영화 추진을 두고 지배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벌어지기 쉽다.
특히 민영화 때문에 이권을 잃을 수 있는 국가·공기업 관료들이 반발하며 암투를 벌이는 것이다. 관료들은 흔히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나를 향하는 것은 반대한다’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실제로 이명박은 KTX 민영화를 방해하는 철도공사 경영진과 국토부 철도 담당 국장을 갈아 치우고 나서야 민영화를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철도공사 부사장은 이번 총선 때 일부 후보들을 만나 KTX 민영화에 반대하라고 설득하고 다녔다고 한다.
박근혜는 대선을 앞두고 관료 등 일부 지배자들의 반발까지 사며 KTX 민영화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듯하다. 게다가 박근혜는 선거를 고려해 인기 없는 이명박과 선을 그을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박근혜와 새누리당조차 민영화에 제동을 걸었지만, KTX 민영화 추진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주도권은 박근혜에게 넘어갔지만, 행정부의 주도권은 여전히 이명박에게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올 하반기에 KTX 민영화를 밀어붙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상금까지 걸고 민영화를 포장하는 새 이름을 공모하며 민영화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게다가 박근혜가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을 뿐, 철도 민영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계급을 더욱 쥐어짜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들 사이에 이견이 없는 것이다.
따라서 KTX 민영화의 연내 추진이 물 건너갔다며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철도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에 조합원 93퍼센트가 참가해 86퍼센트라는 높은 찬성율이 나온 것은 좋은 출발이다. 이를 바탕으로 철도 여객과 화물 운송을 멈추는 실질적인 파업을 준비해야 한다.
사회 전반에 누적된 반재벌·반신자유주의 정서와 결합하면서, 언론 파업,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 화물연대 투쟁, 민주노총 파업 등과 연결된 정치적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민영화 홍보 여론전을 벌이는 만큼, 반대 여론을 모으는 대중적 반대 서명 운동도 계속해야 한다.
우리가 단호하게 싸울 때 지배계급의 내부 분열이 더 격화하면서 승리를 앞당길 수 있다.
계속되는 정부의 거짓말
이명박 정부는 KTX 민영화 ‘사업 제안 요청서’ 정부안을 발표하며 민영화에 관한 거짓말들을 또다시 늘어놨다.
이명박 정부는 ‘재벌 특혜’라는 비판을 피하려고 대기업 등 최대주주 지분을 49퍼센트로 제한하겠다고 밝혔지만, 눈에 보이는 꼼수일 뿐이다. 지분 49퍼센트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을 뿐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 대주주가 지분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또, KTX를 민영화하면 요금이 인하된다고 떠들썩하게 선전하고 있다.
‘철도공사 요금의 90퍼센트 이하 책정을 계약 의무사항으로 하고, 경쟁을 통해 최대 85퍼센트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눈속임이다. 철도 요금은 운행거리에 따라 정해지는데, 수서발 KTX는 서울역·용산역발보다 노선이 짧아 가격이 원래 10퍼센트 정도 싸야 한다.
게다가 철도공사는 이미 KTX 요금을 20퍼센트 가까이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민간 회사는 KTX 기본운임을 낮춘다고 발표하고서, 철도공사가 이미 실행 중인 다양한 할인을 없애거나, 할인율을 낮추거나, 요금이 비싼 특실을 늘리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게다가 지하철 9호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에 요금을 대폭 올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