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대국민 사기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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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은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참가자이며, ‘제주 해적 기지’ 표현으로 해군 당국이 고소해 법적 대응 준비 중이다.
정부는 제주 해군기지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왔다.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도 이 주장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
그러나 이름을 바꾼다고 군사기지로서의 본질이 바뀌지는 않는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꾼 채 대운하 사업을 강행한 바 있다.
제주 해군기지는 사업 주체가 국방부고, 해군이 전체 예산의 95퍼센트를 부담하는 명백한 군사 사업이다. 국방부는 관광미항이라 홍보하면서 실제로는 공사부지 전체를 군사지역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김황식 총리는 “제주에 관광자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제주도 그 자체가 거대한 관광자원이다. 많은 사람들은 천혜의 자연 경관 속에서 안식을 얻고자 제주도를 찾는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곳을 파괴해 시멘트로 뒤덮어 해군기지를 만들려고 한다.
더군다나 이 해군기지에는 온갖 살상무기를 갖춘 항공모함 등이 정박할 것이다. 이것이 ‘관광자원’인가. 정부는 해군기지가 지역 주민들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라고 주장하지만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군사시설이 있는 곳에 발달하는 것은 퇴폐사업뿐”이라고 반박한다.
결국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제주전국대책회의) 등이 옳게 지적하듯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은 국민을 속이기 위한 기만술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실 ‘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라는 사기극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연기를 피워 올리다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 최종 통과돼 협정이 체결됐다.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나 한명숙 국무총리 등 국정책임자들은 제주민군복합미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지금도 노무현이 추진했던 것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어 해군기지 건설 재검토만을 주장하고 있을 뿐이지, 해군기지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민주당 출신 제주도지사 우근민도 마찬가지다. 우근민은 지난 3월부터 ‘법률적 검토가 필요하다’, ‘문건 작성에 시간이 소요된다’ 등 갖은 핑계를 대며 공사중지명령을 회피해 왔다. 그러는 사이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그래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면 우근민 퇴진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런 비판과 압박은 계속돼야 한다.
서울에서 투쟁을 건설하자
이명박 정부는 민주당과 우근민의 이런 약점을 이용해 공사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공사를 강행해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로 만들고, 반대 운동 참가자들의 사기도 꺾으려는 것이다. 따라서 오락가락하며 시간만 끌고 있는 우근민과 민주당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 일각에서처럼 ‘강정 마을의 동력을 우선 잘 보존해야 한다’, ‘9월 국회에 집중하자’며 투쟁 확대·강화를 뒤로 미루지 말아야 한다.
이 점에서 제주전국대책회의 안에서 천주교인권위원회 등이 제안하고 있는 서울 거점 농성 계획은 반갑다. 서울 거점 투쟁은 이 문제를 정치 이슈화하며 운동의 초점을 제공하는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거점 농성에서 그치지 말고 서울 한복판에서 강력한 대규모 집회와 투쟁을 계획하고 조직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9천3백여 육지 경찰들을 강정에 보냈을 정도로 강력하게 운동을 탄압하고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이런 정부에 맞서 정치적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 따라서 제주전국대책회의는 여기저기서 자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행동과 단체들을 모아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역량을 집중해 투쟁 동력을 더 키워야 한다.
5월 9일 성균관대 거리강연에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한 지 5년이 됐다. 그러나 패배할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50년, 5백 년이 걸리더라도 싸울 것이다”며 강한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이런 강정주민들의 투쟁에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보내야 한다.
동시에 이 운동의 참가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했듯이 이 투쟁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의 문제인만큼 투쟁도 그런 관점에서 벌여야 한다. 강정마을에서 벌이는 투쟁으로 한정하지말고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인 서울에서 집중적인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한다.
최근 중미 갈등의 격화 속에서 동아시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MD(미사일 방어 체제) 전초기지로 이용될 제주 해군기지가 건설된다면, 이 같은 긴장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 투쟁은 계속해서, 강력하게 벌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