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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삭감·노동강도 강화·노동유연화 없는 주간연속2교대제:
3무 원칙과 열악한 현실의 간극을 투쟁 건설로 메워야

얼핏보면 주간연속2교대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정치권과 재계의 입장은 어긋난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이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말잔치를 벌이고 고용노동부가 2020년까지 연간 노동시간을 1천8백 시간대로 단축시키겠다고 발표하는 것을 보면 어리둥절할 정도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성은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고용노동부가 실노동시간 단축과는 정반대 방향인 탄력제 확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것만 봐도, 이들의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계획은 생색내기 수준의 립서비스처럼 들릴 수밖에 없다.

한편 현대·기아차 등의 재벌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하겠다고 노동조합과 합의하기는 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시행하지 않거나 시행하더라도 최대한 시기를 늦추려고 안간힘 쓰고 있는 듯하다.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측은 주간연속2교대제를 시행할 경우 노동강도를 강화한다 해도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차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경기가 좋은 상황에서 이 제도를 도입하려니 죽을 맛일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기업이 경기 위축 시기에 생산 물량이 줄어들자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도요타의 경우에도 수출물량이 급감했던 1995년에 주간연속2교대제가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 한국 자동차 산업은 호황이다.

더군다나 현대·기아차 사측은 세계 메이저 자동차 회사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들을 쥐어짜려 혈안이 돼 있다.

그래서 주간연속2교대제 시범 실시 이후 노동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당황하고 있을 것이다.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시범 실시 후 기아차 노동자들 90퍼센트 이상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심야에 집에서 잠을 잘 수 있어서 좋다”, “육체적 피로가 줄었다”,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좋다”, “몸이 정상적인 패턴을 찾는 것 같다.”

일본 노동자들보다도 1년에 60일 더 일하는 ‘일하는 로봇’들에게 주간연속2교대제 시행의 2주는 꿀맛이었고 단비 그 자체였다.

투쟁의 방향

이제 이 열망을 투쟁으로 조직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반갑게도 금속노조 현대·기아차 지부는 최근 대의원대회에서 3무(노동강도 강화, 임금 삭감, 노동유연화 없는)를 전제로 한 주간연속2교대제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심야노동 철폐에 대한 노동자들의 열망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으며, 실제로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 있는 요구다. 이 요구를 실질적인 투쟁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 참에 기형적인 임금체계도 바꿔야 한다. 기본급이 29.2퍼센트밖에 되지 않는 조건에서는 초과 근로수당으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압력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만약 완전 월급제가 도입된다면 임금을 보전하기 위해 초과노동으로 자본가들의 물량 요구를 맞춰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일각에선 ‘3무 같은 조건을 내세우는 것은 자본가들에게 추진하지 않을 빌미를 준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3무에서 흔들리면 주간연속2교대제의 취지는 누더기가 돼 버리고 만다. 도요타의 경우 노동강도 강화를 받아들이면서 주간연속2교대제를 도입한 이후 수출 물량이 다시 늘어나자 정비 부문에서는 3교대제로 후퇴하기도 했다.

임금을 양보해서라도 일단 주간연속2교대제를 따내고, 삭감된 임금은 이후 협상을 통해 벌충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으로는 회사 측을 충분히 밀어붙이기 힘들다.

주간연속2교대제 도입 과정에서 임금이 깎이고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노동자들을 설득시키고 전체 노동자들을 단결시키기 위해서도 3무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자동차 산업에서 노동조건 후퇴 없는 심야노동 철폐가 이뤄진다면, 그것은 전 산업으로 확대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이 될 것이다. 전 세계 반도체의 절반을 생산하기 위해서 3조3교대와 심야노동에 신음하고 있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에게도 가슴 벅찬 소식이 될 것이다.

현대·기아차 노동조합의 좌파적인 활동가들이 자신감 있게 3무를 전제로 한 주간연속2교대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활동을 벌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