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불안 요인이 도사린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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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2012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퍼센트로 하향한 지 한 달도 안 돼 다시 3.3퍼센트로 내렸다.
한국 경제의 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는 첫째 이유는 물론 그리스 디폴트 위기로 나타난 유로존 위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럽계 자금이 급히 빠져나가면서 한국 주식시장은 큰 폭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면 그리스에 돈을 빌려 준 유럽 은행들이 커다란 손실을 보고, 이는 다시 스페인·포르투갈 같은 위험 국가를 타격할 것이다.
특히 스페인 은행들이 유럽 은행들에 갚아야 할 빚은 4천3백억 유로로 그리스의 다섯 곱절이 넘는다.
따라서 그리스의 디폴트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전 세계 경제에 줄 수 있다.
그렇다고 긴축을 계속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긴축을 하면 경제가 침체하면서 세금이 줄어 재정적자가 다시 늘어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로존 해법을 두고 전 세계 지배자들의 분열도 심화하고 있다.
물론 유로존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 위기가 진정되더라도 그것은 해결이 아니라 미봉책일 수밖에 없고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계속될 것이다.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중국 경제의 침체다. 최근 중국 경제는 계속 하락하면서 경착륙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 위기는 중국 경제 침체에서 한몫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수출 지역이 바로 유럽연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2008년 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는데, 이 약발은 떨어지고 부실채권은 급증했다.
중국은 한국 수출의 24퍼센트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시장이어서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런 대외 요인들 때문에 올해 우리 나라의 1사분기 수출 증가율은 3퍼센트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수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1년 4사분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수출 증가율이 회복될 기미가 없는 것이다.
노동소득분배율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나아 대미 수출은 선방하고 있지만, 미국 경제의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다. 이를 보여 주는 지표가 바로 미국 실업률이다.
2009년 말 10퍼센트까지 치솟았던 미국 실업률은 올해 3월 말 8.2퍼센트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통계상 실업률이 줄어든 것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후 미국 실직자는 오히려 5백만 명가량 늘었다.
유로존이나 중국에서 위기가 심화하면 미국 경제도 결코 안전할 수 없고, 한국의 대미 수출도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높은 가계대출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금융권 부실이 심화하고 있다.
2011년 말 현재 가계신용은 9백조 원을 넘었을 뿐 아니라, 주택관련 대출과 기업 대출에서 연체율이 늘어나면서 금융권 전체에서 부실 채권이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저축은행 영업 정지 사태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융권 부실의 위험을 보여 줬다.
한국 지배자들은 금융 불안정이 확대하는 것을 막으려 나서는 한편,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일에 나서고 있다.
경총은 악화하는 경제 상황을 핑계로 올해 임금 인상률을 2.9퍼센트 제시했는데, 이는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실질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과 2010년에 세계경제가 일시 회복됐을 때 수출이 크게 늘면서 한국 대기업들은 큰 이익을 거뒀다. 이 때문에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2009년 60.9퍼센트에서 2010년 59.2퍼센트로 대폭 떨어졌다.
지배자들은 꼭 필요한 일자리도 저질 일자리로 채우고 있다. 올 3월까지 시간제 노동자는 지난해 3월에 견줘 17만 명이나 늘어났다.
경제 위기에 아무런 책임도 없는 노동자들이 위기의 대가를 더는 치러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올해 정규직 임금 9.3퍼센트, 비정규직 임금은 19.1퍼센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달성하려면 투쟁을 실질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벌어지기 시작한 현대·기아차, 화물연대, 쌍용차 투쟁 등은 노동자들의 자신감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