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학교 총장 퇴진 투쟁 승리:
신자유주의 대학구조조정의 전도사가 쫓겨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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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빵 총장” 김진규의 퇴진을 요구하는 교수·교직원·학생 들의 투쟁이 승리를 거뒀다.
이것은 김진규 재임기간 동안 계속돼 온 수많은 투쟁들이 이룩한 쾌거다. 학내 다양한 구성원들은 스스로의 권리와 학내 민주주의를 요구하며 싸웠다.
많은 이들이 김진규 퇴진을 요구한 배경에는 그가 추진한 신자유주의 대학기업화, 역겨운 부패와 비리, 여직원에 대한 성희롱 발언 등에 대한 광범한 반감이 있다. 김진규는 등장부터 교수·교직원의 참여 비중을 줄이고 학생들은 배제한 ‘총장 공모제’로 총장이 됐다.
그는 취임 직후 “맛있는 빵을 먹으려면 돈을 더 많이 내야 한다”며 등록금 인상을 정당화해 “빵 총장”이라 불렸고, 결국 취임 이듬해인 2011년엔 서울에서 가장 높은 등록금 인상을 감행했다. 학사 구조조정, 교수 업적평가 기준 강화, 폐강 기준 강화 등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이렇게 구성원들이 고통을 받는 동안, 김진규는 전임 총장보다 두 배나 많은 연봉을 받았다. 업무추진비, 진료 수당으로 챙긴 돈만 2억 원에 가깝다. 경악할 만한 일이다.
2년 전에도 학생들이 총장 퇴진 투쟁에 나서긴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 후 2년간 신자유주의 대학구조조정을 밀어붙이면서, 불만이 점점 커졌다.
특히 교수들은 업적평가 기준 강화로 엄청난 실적 경쟁에 시달리는 등 노동조건 악화에 분노했다. 지난해 교수협의회는 투표를 통해 총장 불신임을 결의했으나, 김진규는 자신의 정책을 전혀 바꾸지 않았다. 그러자 교수들은 올해 들어 총장 해임 권고안을 통과시키는 등 수위를 높였고, 교직원 노조도 총장 불신임 투표를 가결시켰다.
개교기념일인 5월 15일에는 교수·교직원 1백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학교 측은 학보에 사설을 쓰고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온갖 압력을 행사했지만, 구성원들의 분노를 막을 수는 없었다.
5월 23일, 이사회 회의장 앞에 또 3백여 명이 넘게 모였다. 이 집회에는 학생들도 참가했는데, 충주 캠퍼스 학생대표자들도 상경했다. 좀 늦긴 했지만, 이 자리에서 임진용 서울 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총장 불신임 학생 투표를 실행하겠다’고 결의했다.
결국, 교수·교직원·학생의 단결된 항의에 겁을 집어먹은 이사회는 긴 회의 끝에 김진규 사퇴를 결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승리는 지금도 총장 퇴진 투쟁을 벌이는 카이스트, 서울여대 등에 영감을 줄 것이다. 건국대 교수·교직원·학생의 단결된 힘은 대학 신자유주의화와 학내 민주주의 파괴에 맞선 투쟁이 가야 할 길을 보여 줬다.
건국대 당국은 비민주적 총장 선출제인 총장 공모제를 폐지하고, 교수·교직원·학생 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건국대 교수·교직원·학생 들은 이번 승리를 발판삼아 등록금 투쟁과 학사 구조조정 저지 투쟁 등을 이어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