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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이용 탄압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종북’ 마녀사냥이 판치고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이 이어지는 지금, 진보진영 내에서 근래까지 유행하던 ‘국가보안법 사문화’니, ‘민주 대 반민주 구도의 종식’이니 하는 말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그 탄생 때부터 지금까지 이른바 ‘친북 좌파’를 주된 처벌대상으로 삼아 왔다. 북한 체제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을 이용해 ‘북한을 이롭게 하거나 고무·찬양한다’는 명분으로 탄압해 온 것이다.

그런데 국가보안법의 또 다른 주요 탄압 대상은 혁명적 좌파들이었다. 특히 소련과 동유럽 몰락 이후 1990년대 초부터 북한을 국가자본주의 체제라고 비판한 국제사회주의자들(IS)도 국가보안법으로 탄압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사노련이나 해방연대처럼 북한체제에 비판적인 사회주의 단체들도 탄압을 받았다.

권위주의 시절에는 좌파와 무관한 개인을 처벌하는 ‘막걸리 보안법’의 성격도 일부 있었고 심지어 부르주아 야당까지 탄압 대상이 됐지만, ‘민주화’ 이후에는 주된 탄압 대상이 ‘친북’ 좌파나 혁명적 좌파로 맞춰진 것이다.

최근 해방연대 사건에 대한 검사의 기소 사유는 국가보안법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검찰은 해방연대가 ‘북한과 무관하지만, 국가변란 선전·선동을 해 왔기 때문에 이적단체’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지배자들이 어떤 빌미를 내세우든 국가보안법의 진정한 목적은 체제와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도전하려는 조직들을 파괴하고 활동을 억누르려는 것에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국가보안법이 주되게 북한 우호적인 좌파나 혁명적 좌파를 겨냥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만이 국가보안법에 반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배자들은 정권에 비판적인 소수 개인이나 단체 등을 마녀사냥해 진보운동 전체를 분열·위축시키려는 시도를 해 왔다. 게다가 국가보안법은 사상·표현·언론·출판의 자유 등 자유민주적 기본권마저 제약하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 차이를 떠나 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을 반대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변혁가들은 국가보안법의 본질을 잘 이해하고 알리면서도, 폭넓은 반대 운동을 건설해서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에 맞서야 한다.

그 점에서 사노련, 해방연대 등 이명박 정부 하에서 탄압받은 급진좌파 단체들이 탄압에 맞서면서 사회주의 정치와 조직 건설의 올바름을 주장한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단체들이 방어운동 과정에서 개혁주의나 NGO 단체 등을 개방적이고 광범하게 끌어들이는 데 소홀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쉽다. 사회주의 사상과 정치에 동의하진 않지만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탄압에는 반대하는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을 포함해 폭넓은 방어를 조직해야 한다. 그럴 때 공안당국의 탄압도 더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자주파 단체들도 6·15선언 이행과 민족 자주 등 자신들의 고유한 강령을 지지해야만 국가보안법 폐지 투쟁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 왔다. 이래서는 마녀사냥에 맞서 효과적으로 방어운동을 건설할 수 없다.

마녀사냥이 노리는 진정한 목적, 즉 진보의 위축과 고립화, 분열에 제대로 맞서려면 정견의 차이를 뛰어넘은 단결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탄압받는 단체 자신이 이 점을 분명히 하며 방어를 호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