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반대했다고 경찰에서 출석 통보 받은 김지윤:
“대의를 지키며 당당하게 맞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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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적기지” 표현으로 해군 당국이 나를 고소한 지 3개월만에 경찰이 나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6월 4일 마포경찰서 사이버수사대는 내게 전화로 출석을 요구하며 “요즘 진보당 사태도 있고”라며 이번 수사가 통합진보당을 고리로 한 마녀사냥의 분위기 속에서 이뤄지는 것임을 짐작케 했다.
해군 참모총장이 명예훼손 혐의로 나를 고소한 것은 지난 3월 9일이었다. 내가 트위터에 올린 “제주 해적기지 건설 반대” 표현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국방부 대변인도 내게 ‘반성’을 요구했다.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도 공격에 가세했다. 그야말로 우파의 전방위적 공격이 쏟아졌다.
이런 공격의 의도는 명확했다. 당시 연예인들도 나서서 구럼비 바위 폭파 반대 주장을 할 정도로 해군기지 건설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부와 해군 당국, 보수 언론은 나를 마녀사냥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여론에 물타기를 하려 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써왔던 ‘해적’ 표현을 꼬투리 잡아 강정 마을 주민들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 자체를 흔들려 한 것이다. 이런 강경 대응을 통해 이명박 정부는 보수진영을 결집하고 정국을 돌파할 기회로 이용하려 했다.
구럼비 폭파 직후 강정에 머무르며 나는 “해적기지”라는 말이 더욱 와닿았다. 어째서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노략질을 일삼는 해적’이라며 분노를 토해 냈는지 십분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해적을 해적이라고 하지 뭐라 하냐”, “내가 먼저 해적이란 표현을 썼다. 나도 고소하라고 해라”라며 내게 힘을 북돋아줬다. 이런 응원은 십자포화 같은 공격 속에서도 내가 무릎 꿇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버팀목이 됐다.
그렇기에 나는 여전히 ‘제주 해적기지’라는 표현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와 지배자들의 제국주의 야욕은 아름다운 강정을 전쟁터로 만들어 버렸다. 해군 당국은 연일 구럼비를 폭파하며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이고 있다. 강정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온갖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등 철저히 반대 운동 진영을 짓밟고 있다. 주민들은 이제 강정이 ‘제2의 5·18 광주’가 되고 있다며 눈물로 지지와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온갖 폭력을 자행하고 있는 해군 당국은 나를 고소할 자격이 없다.
평화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싸움
뿐만 아니라 국가 기구가 개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은 국가에 대한 비판을 입막음 하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해군 당국과 정부가 벌이고 있는 야만적 행동을 ‘해적’에 빗대어 비판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면 앞으로 누가 제대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따라서 나는 해군 당국의 권위주의적 대응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강정마을회 후원 계좌 수사를 벌이는 등 계속해서 이 운동을 탄압하고 있다. 나에 대한 조사 역시 제주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대한 탄압의 일환이자 공안정국 조성 시도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번 수사와 공격에 맞서 나는 혼자가 아니라 진보진영 전체와 함께 대응해 싸울 것이다. 이미 진작부터 민중의 힘, 한국진보연대, 표현의 자유를 위한 연대, 반전평화연대 등 여러 사회단체들과 노엄 촘스키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도 나를 방어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 문정현 신부 등 수많은 활동가들이 방어 서명에 동참했다. 이런 방어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더욱 크게 모아 나갈 것이다.
부디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이번 투쟁에 관심과 지지를 보내 주기를 호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