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할지 말지를 여성이 선택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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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7일, 식약청은 사전피임약을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에서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다른 한편, 그동안 전문의약품이었던 사후피임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려 한다.
사전피임약은 여성들이 스스로 임신과 생리를 조절하려고 대중적으로 써 온 피임법이었다. 그런데 의사 처방이 있어야만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구입 절차를 번거롭게 하고 가격을 올려 여성의 피임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식약청은 약의 부작용을 빌미로 이런 후퇴를 정당화한다. 물론 사전피임약은 일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은 아주 오래전부터 알려진 것이다. 그럼에도 더 안전한 피임법(콘돔 등)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피임약을 선택해 왔던 것이다.
결국 이 계획의 진정한 배경은 의약품 재분류를 둘러싼 의·약사 간 이권 경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겐 평범한 여성들의 삶과 결정권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또, 낙태를 막아야 한다며 피임 실천과 교육을 강화하겠다던 정부가, 이제 사전피임약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것은 완전한 모순이다.
한편, 우파와 의사들은 사후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식약청의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성관계를 더 무책임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피임이 실패하는 경우도 많고, 성관계 전에 미처 피임을 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건 여성에게 원치 않는 임신을 막을 권리가 보장돼야만 여성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사후피임약은 성관계 후 3일 안에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는데 의사 처방을 받도록 절차를 번거롭게 하면 시기를 놓쳐 이 피임법을 사용하기 어렵게 된다. 따라서 사후피임약을 의사 처방 없이도 복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전·사후 피임약 모두 의사 허락 없이 여성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