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좌파하라》:
혁명과 진짜 좌파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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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 지긋지긋한 자본주의 때문에 상처받고 고달팠던 마음이 혁명에 대한 기대로 승화되는 것 같은….
인터뷰 형식이라 더욱 친근한 느낌을 주는 이 책에서 저자는 반자본주의적 메시지뿐 아니라 혁명과 강력한 급진 좌파정당의 필요성을 설득력 있게 역설한다.
이 책에는 혁명이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는 혁명이 “현실성이 없다고 하면서 현실성 있는 이야기만 계속한다면 우리는 고대나 중세에 살고 있었겠다. 19세기 초반 노예해방론자들이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가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시장자본주의가 파산한 지금은 자본주의 소유의 원칙에 반하는 “무상몰수” 같은 주장을 펼 시기라고 강조한다. 지금이야말로 혁명의 현실성을 꿈꿀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극복을 포기한 사회민주주의가 유럽에서 얼마나 허약하고 반노동자적으로 변해 갔는지도 폭로한다.
그래서 그의 실천적 결론은, “노동운동과 결합된 강력한 급진정당을 만들어야 하고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인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내가 상당히 재밌게 봤던 부분은 2008년 촛불시위를 평가하는 구절들이었다.
“촛불시위에서 지식인들이 자율적 운동을 칭찬했지만 그것은 엄청난 오류”였다는 것이다. “운동을 계속 이끌고 갈 강력하고 급진적인 좌파정당이 있어야 하며 게릴라성 운동은 초기로서는 좋지만 돌파력도 지속성도 크게 모자라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북유럽의 사례를 들어 강력한 급진 좌파의 부상이 절실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는 노르웨이 ‘진보당’(나치당의 이름) 같은 극우주의가 부상하는 이유는 온건좌파인 노동당의 배신적 태도와 그보다는 좀더 왼쪽의 좌파정당이 갖고 있는 은근한 지식인적 태도와 오만 같은 요인들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그는 장하준식 스웨덴 모델의 오류에 대해서도 쓴소리한다.
혁명의 현실성
한편, 그가 레닌주의의 유효성을 언급할 때, 나는 레닌주의를 한물간 혁명가들의 퀴퀴한 추억쯤으로 치부하는 지식인들과 박노자가 극적으로 대비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조언’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러시아 혁명기의 소비에트는 무엇보다 서로 조언을 주고 받는 논의기구이고 수평적 소통을 지향하는데 1917년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라는 볼셰비키당의 구호는 레닌이 얼마나 소비에트를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최근 진보신당의 또 다른 지식인인 김상봉 상상연구소 전 이사장이 낸 책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와도 극적으로 대비된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는 노동자 경영권을 말하면서 경제활동에서 이윤 추구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박노자 교수의 말마따나 “노동자가 경영한다고 해도 회사는 … 시장 관계 속에서 움직여야 하니까 효율을 극대화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고 … 노동규율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대북 적대주의에 대한 비판, 북유럽 사민주의의 문제점, 젊은 진보를 배려하는 좌파의 면모,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태도 등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급진 좌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과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