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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보육 시장화 정책이 낳은 배설물들

지난 2월 ‘한국어린이집 총연합회 민간분과위원회’(이하 한민련)가 소속 어린이집을 집단 휴원하며 시작된 단체행동이 점점 상승세를 타고 있다. 처음에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을 위한 보육료 인상’을 요구하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규제 완화와 적정 이윤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민간 어린이집 원장 연합회’ 회장은 단식 농성까지 벌였다.

이들의 행동은 제어 장치 없이 ‘무상 보육’ 시대에 들어서면서 돈벌이에 대한 더한층의 기대가 작용한 결과다. ‘초기 기선제압!’, ‘출입을 통제하고 출입문을 봉쇄하라’, ‘내 건물, 내 영역이므로 퇴거 요구가 가능하며, 불응 시에는 주거침입·퇴거불응죄로 고소가 가능하다.’

이는 최근 보건복지부 등 행정 당국의 단속에 대처를 준비하는 서울의 민간 어린이집 원장 교육 자료와 교육 시간에 나온 말들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 감사에서 서울형 어린이집들의 부정 수급이 대거 적발되고 그 과정에서 경찰 출동까지 있었던 것에 대한 반감이 이런 자리를 만든 듯하다.

“단속 공무원이 녹음을 하면 녹음기 확 빼앗아 바닥에 쳐버려라”, “단속 공무원들에게 ‘아이들이 외부인이 들어오면 놀란다’거나 ‘보육 선생님이 성추행 당할까 봐 안 된다’고 말하라”는 등 매우 구체적인 요령까지도 전달됐다.

보육 교사들이 이와 관련된 기사를 보고 내뱉은 말은, 어린이집 원장들이 그렇게 아이들 놀라는 게 걱정되면 아무 때나 교실문을 확 열고 들어와서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한테 소리 지르지나 말라는 것이었다. 또 기분 내키는 대로 교사들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CCTV로 감시하며 히죽거리고 시도 때도 없이 시비걸기를 즐겨하시는 분들이 ‘보육 선생님 성추행’ 우려를 앞세워 행정 당국의 감사를 거부하는 행태는 전혀 동의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부당 이득

얼마 전 서울·인천·경기 지역 어린이집 1백81곳이 정부 보조금 거짓 수령과 특별활동 업체 리베이트 등으로 모두 16억 8천여 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폭로됐다. 이중 절반이 넘는 94곳은 서울시가 인건비까지 지원해 주는 ‘서울형 어린이집’이었다. 올 초 서울시도 지난해 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어린이집 1백35곳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문제가 끊임없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한민련은 규제를 완화하고 적정 이윤을 보장하라는 주장만 하고 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 조처를 이행하지 않으면 집단 휴원을 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윤에 눈이 멀어 아이와 부모 들을 볼모로 삼아 협박을 일삼는 이들의 행동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이들의 요구에 응답해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어린이집의 운영 비리와 이들의 몰염치한 행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여기에는 보육이라는 공공 영역을 돈벌이 판으로 만들어 놓은 정부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동네에서 카페 하려다가 투자금만 1억 원에 손익분기점도 불분명할 거 같아 어린이집을 창업하려 합니다. 아내가 아이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수요는 항상 있으니까 수입도 확보돼 나쁘지 않을 거 같네요.”

최근 인터넷 유명 재테크 카페에 한 남성이 올린 글이다. 한 주부는 지난달 한 재테크 카페에 “2억 5천만 원을 대출 받아 어린이집을 계약했다. 어떻게 운영하면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고도 수익을 낼 수 있을까” 하는 글을 올렸다.

우리 정부가 어린이집을 이렇게 만들었다. 영유아 시기 발달에 대한 이해는 없어도 된다. 돌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나 철학 따위는 필요 없다.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민간 시장에 전가해 온 보육 정책의 쓴 잔을 국민이 마시고 있는 것이다. 제갈현숙 연구실장에 따르면 국공립 어린이집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지난 5년간 국공립어린이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 → 5.5% → 5.4% → 5.3% → 5.3%로 꾸준히 감소했다. 반대로 민간 어린이집과 가정 어린이집의 비중은 88.4% → 89% → 89.2% → 89.5% → 90%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어린이집 8천9백86곳이 증가했는데 이중 가정 어린이집만 7천5백38곳으로, 증가한 어린이집의 84퍼센트를 차지한다. 2011년 한 해만 가정 어린이집이 1천3백55곳가 신설돼 전체 신설된 보육시설 1천8백21곳의 74퍼센트를 차지했다.

가정 어린이집의 비약적 증가는, 정부 정책이 보육 시설에 대한 인건비 지원은 줄이고 아동별 지원은 늘리고, 영아반 기본 보육료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시설 지원 정책이 아동 숫자와 연동되면서, 보육 아동이 확보되면 어린이집 운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시설 설치 요건을 갖춰 어린이집을 허가 받은 민간 원장들은 어린이집의 보육 여건이나 서비스의 질적 수준보다는 그들의 개인적 동기에 근거해 어린이집을 운영하게 된다. 이렇게 ‘개인적 동기’로 운영되는 어린이집은 전 지구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할 것이다.

부모와 보육 노동자가 함께 보육 시장화 정책에 반대하는 공동 행동을 건설해 제대로 된 무상 보육과 국공립 보육 시설 확충 같은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며 보육의 사회화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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