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의 요구와 투쟁은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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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못살겠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6월 25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보수언론들은 올해에도 화물연대 투쟁의 정당성을 왜곡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고 거짓말을 늘어놓을 것이다. “화물 파업, 국민경제 먹구름”, “비조합원 차량 운행 폭력으로 막는 폭도의 행렬” 등등.
그러나 화물연대의 요구와 투쟁은 정당하다.
올해 화물연대 파업의 핵심 요구는 표준운임제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10년 동안 간절하게 이를 요구해 왔다. 기업이 지불하는 운송비는 여러 단계의 화물 운송사업자와 알선·주선사를 거치는 동안 중간 수수료로 새어 나간다. 중간 착취 비율이 전체 운임의 40퍼센트나 된다.
이런 다단계 하청 구조를 개선해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일정한 운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게 표준운임제의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화물연대 파업 당시 2009년까지 표준운임제를 법제화하기로 약속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다.
고용된 노동자인데도 자영업자로 분류돼 보호받지 못했던 노동권도 보장받아야 한다. 노동자들은 졸린 눈 비벼 가며 밤새 전국으로 이동하고, 추운 겨울에는 기름값이 아까워 시동 한 번 걸지 못하고 한 평 남짓 좁은 차 안에서 쪽잠을 청한다. 그렇게 일하면서 한국 경제의 동맥 구실을 하는데도, 일하다 다치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다.
따라서 화물운송 노동자를 포함해 2백50만 명에 이르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산재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파업에 지지와 연대를
화물운송 노동자들은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지난 4년간 경유가는 24퍼센트나 인상됐다. 반면 노동자들의 운임은 2008년 이래 겨우 7퍼센트 올랐다. 지금 노동자들의 순수입은 법정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노동자들의 고통은 대기업의 이윤으로 쌓여 갔다. 삼성전자의 로지텍과 현대그룹의 글로비스 같은 운송업체들은 노동자들의 돈을 가로채 비자금 창구 구실을 해 왔다. 대한통운은 올해 일사분기에 3백17억 원의 영업이익을 얻었다. 전년 대비 79퍼센트나 증가한 것이다. 글로비스는 1천1백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난 4년간 물가 인상률, 실질 운임 삭감분 등을 고려하면, 운송료가 58퍼센트 인상돼야 마땅하다. 따라서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30퍼센트 운송료 인상은 최소한의 요구다.
유류 지원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화물운송 노동자 전체가 지불한 기름 관련 세금은 9조 원에 달했다. 전체 유류세의 34퍼센트나 된다.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긴 대형 운송사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고, 노동자들에게는 면세유를 지급해야 한다. 화물연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운임비의 58퍼센트가 기름값으로 지출된다.
화물연대의 투쟁은 기업의 이윤 중심주의에 맞서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매우 정당한 저항이고, 1퍼센트에 맞선 99퍼센트의 저항이다.
38만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승리가 모든 노동자들의 승리인 까닭이다.
물류 운송의 90퍼센트가 도로 운송인 상황에서, 화물연대의 물류 마비 투쟁은 자본가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며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승리하려면 비조합원들의 파업 동참이 매우 중요하다.
비조합원들의 지지를 효과적으로 끌어내려면 산개하지 말고 항만부두와 주요 기지를 점거하고 봉쇄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 파업 효과도 극대화시킬 수 있고, 파업 대오의 결속력도 유지할 수 있고, 연대의 초점도 형성할 수 있다.
민주노총의 연대도 중요하다. 화물연대 파업이 승리한다면, KTX 민영화에 반대하는 투쟁, 심야노동을 철폐하는 투쟁, 쌍용차 투쟁도 큰 힘을 받을 것이다.
특히, 철도·공항·항만운송 노조는 파업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대체수송을 실질적으로 거부해야 한다.
봉쇄 투쟁을 전개할 부산항, 의왕기지 등 주요 거점에서 연대 집회를 개최해야 한다. 파업 기금 모금도 필요하다.
정부와 사측의 악의적 왜곡에 맞서 투쟁의 정당성을 알리고, 투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동단체들과 진보진영이 굳건하게 연대를 조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