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이봉주 서울경기 지부장:
“우리가 선방을 날렸고, 정부는 코피를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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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료 인상과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한 화물연대 파업이 파업 돌입 5일째인 6월 30일에 운임료 9.9퍼센트 인상을 받아내며 마무리됐다.
화물연대 파업은 ‘종북’ 마녀사냥 속에서 사내하도급법 개악, 인천공항 민영화 등의 계획을 쏟아내며 공세를 이어가던 이명박 정부와 지배자들을 위협했다.
결국 정부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야 했다.
화물연대 파업은 레임덕의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허약한 처지에 있는지 잘 보여 줬다. 이것은 7월~8월 투쟁을 준비하는 금속노조 등에도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더 자세한 평가는 기사 “[화물연대 파업이 낳은 성과] 돌파구를 열며 디딤돌을 마련하다”를 보시오.)
이번 파업 돌입과 동시에 의왕기지 인근 교통탑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였던 화물연대 이봉주 서울경기 지부장에게 평가를 들어 봤다.
화물연대 파업은 민주노총 6월 ‘경고 파업’의 선봉장 역할을 했습니다.
정부는 탄압 운운했지만, 대화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새누리당에서도 표준운임제 법제화를 요구했어요.
의왕기지는 파업이 끝날 때까지 70퍼센트 이상이 마비됐습니다. 평택항은 조합원이 1백40명인데 7백34대가 멈췄어요. 평택항 기능이 거의 마비됐고요. 부산에서도 비조합원들이 파업에 많이 동참했습니다.
파업으로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좋아졌고, 2009년 대규모 탄압 이후에 다소 위축된 조직력도 복구됐습니다.
화주들은 화물운송 노동자들이 화물연대에 가입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압력을 넣습니다. 그런데도 파업 이후에 노조 가입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요. 평택항의 한 상조회는 40~50명이 집단가입하는 총회를 준비 중이고요. 동두천에서도 24명이 집단가입하겠다고 합니다.
만약, 표준운임료 법제화가 되면 비조합원들이 대거 화물연대로 가입할 거예요.
파업 후 사측의 공격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진성물류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7명을 계약해지 하려 했으나, 우리의 투쟁에 밀려 계약해지를 곧바로 철회하고 오히려 단체협상까지 체결해야 했습니다.
보복성 계약해지를 하거나 합의한 9.9퍼센트 운송료 인상을 지키지 않는 업체가 있다면, 조직력을 동원해 투쟁을 전개할 것입니다.
애초 파업의 목적은 표준운임제 쟁취였습니다. 민주당이 법제화하겠다고 당론으로 정했죠.
물론, 투쟁은 끝난 게 아닙니다. 우리는 9월 국회에서 표준운임제가 법제화되도록 계속 싸울 것입니다. 2라운드가 시작되는 것이죠. 민주노총의 8월 ‘총파업’에 어떤 식으로든 힘을 보탤 것입니다.
만약 올해 법제화되지 않는다면 내년 초에 다시 투쟁에 나설 것입니다.
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에 우리는 엄청난 투쟁을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첫 해인 2008년에도 우리는 정권을 흔드는 투쟁을 했고, 정권 마지막 해인 올해에도 앞장서 싸웠습니다. 누가 되든 화물연대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뒤집어 엎을 것입니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부 기조도 바뀌고, 진보 세력도 힘을 얻었습니다.
우리가 선방을 날렸고, 상대편 한 쪽 코에 코피가 났습니다. 이제 금속노조가 바통을 이어 받아 8월에 확실하게 싸우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화물연대 파업에 연대해 준 ‘노동자 연대 다함께’에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정리 강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