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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병성 목사의 4대강 사업 돌아보기:
나 다시 흘러가리라

길고 긴 가뭄 끝에 장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가뭄을 통해 4대강에 가득 채워 놓은 물이 아무 쓸모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비록 MB표 4대강 사업이 가뭄엔 아무 쓸모없었지만, 4대강 사업이 완성됐으니 홍수 피해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4대강 사업은 홍수 예방이 아니라, 대홍수를 부르는 물 폭탄을 만든 재앙에 불과합니다. 가뭄 대비와 홍수 예방은 서로 반대되는 목적사업입니다. 가뭄을 대비하려면 물을 가득 채워야하고, 홍수를 대비하려면 물을 비워 둬야 예기치 않은 집중호우가 왔을 때 홍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2009년 9월 7일에 촬영한 경천대(위)와 2012년 6월에 촬영한 사진(가운데) 모래톱이 사라지고 인근 농지도 홍수에 취약해졌다. 맨 아래는 최근 가뭄으로 말라버린 4대강 인근 저수지. ⓒ사진 제공 최병성

그런데 지금 4대강엔 16개 MB표 괴물댐마다 물이 가득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이미 보에 물이 가득한데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답은 홍수라는 재앙뿐입니다. 애초에 ‘가뭄과 홍수 대비’라는 서로 상반된 목적사업을 동시에 해결하겠다던 출발 구호에서부터 4대강 사업은 대국민 사기극이었습니다.

지난 2009년 1월 30일 이명박 대통령은 SBS 〈대통령과의 원탁대화〉 방송에서 “낙동강은 하상이 올라와서(강바닥이 높아져서) 홍수가 나면 전체 물이 그냥 홍수가 나버린다”며 강바닥에 쌓인 모래를 준설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하였습니다. 이 대통령의 말씀에 따르면, 강에 모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비가 오면 물이 넘쳐 홍수가 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대통령은 모래가 쌓여 있던 높이보다 평균 2미터나 더 높게 물을 가득 채워 놓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표현을 그대로 따라 해본다면, “원래 강바닥 보다 2미터나 더 높게 물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홍수가 나면 전체 물이 그냥 대홍수 재앙이 된다”입니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오늘, 낙동강 제1비경이던 경천대의 금빛 모래 역시 어디론가 다 사라지고, 지금이라도 논과 밭으로 넘칠 듯 썩은 물만 가득 고여 있습니다. 경천대는 은빛 백사장과 기암절벽이 어울린 절경이었는데, 모래 사라지고 썩은 물만 가득한 경천대가 여전히 아름다울까요? 이명박 대통령은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비경들을 훼손했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세계유산이 되는 이 시대에 4대강 사업은 강 살리기가 아니라 국토파괴 범죄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도 녹색, 저기도 녹색으로 변해가는 4대강입니다. 22조 원을 혼자 다 쓰기가 미안해서 국민들에게 녹차라떼를 나눠 주신 것은 아니겠지요. ‘고인물은 썩는다’는 옛말이 지금 4대강에서 그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녹조 핀 강물로 수돗물을 만들면 간암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생성됩니다. 새파랗게 썩어가는 4대강 녹차라떼로 국민의 건강마저 위협하는 이명박 대통령입니다.

한강 여의도 샛강공원에 ‘인천 앞바다 만조 시 한강물이 불어나면 도로가 침수되니 조심하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습니다. 집중호우가 인천 앞바다의 만조와 겹치면 한강의 물이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하기 때문에 한강의 수위가 상승하여 침수 피해가 커진다는 것입니다. 집중호우가 쏟아진 어느 날, 만조와 겹치게 되면 4대강 하류는 지금과는 상상할 수 없는 대홍수 재앙을 맞게 될 것입니다. 이는 억측과 상상이 아니라, 너무 자연스런 사실입니다.

아직 4대강을 살릴 희망이 있습니다

미국 미시시피강 유역을 배경으로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은 “거침없이 흐르는 강을 길들일 수 없다. 이리로 흘러라, 저리로 흘러라 하며 복종시킬 수 없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 등의 선진국들은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제방을 헐어 갈대와 물풀이 자라는 범람원을 조성하였습니다. 4대강 사업과는 정반대입니다.

F. 피어스는 《강의 죽음》이라는 책에서 “강을 아무리 넓고 곧게 만들어도, 강물이 경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아무리 제방을 높게 쌓아도 이 모든 노력을 조롱이라도 하듯 홍수는 계속 일어났다. 미시시피강(미국)으로 부터 다뉴브 강(독일과 오스트리아 헝가리를 거쳐 흑해로 들어가는 유럽 제2의 강)에 이르기 까지 홍수 없는 미래를 실현한 강은 없었다. 제방은 가장 약한 연결고리나 다름없었고, 자연은 어김없이 그런 곳을 찾아냈다.”며 홍수 예방에 실패한 세계의 하천 역사를 통해 홍수예방을 빙자한 4대강 사업이 초래할 재앙을 미리 보여 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젠 4대강을 돌이키기에는 너무 늦었다며 절망하기도 합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생명의 강을 다시 회복할 희망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 이 땅을 흘러 온 강은 앞으로 또 다시 수백 년, 수천 년을 흘러가야 할 생명의 강입니다. 인간이 만든 구조물의 수명은 기껏해야 수십 년에 불과합니다. 또 다시 흘러야 할 강의 시간이 끝없음을 기억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변종운하를 아무리 튼튼히 완공한다 할지라도 절망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MB표 4대강 변종운하는 강의 긴 역사 중에 작은 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독일 뮌헨시는 1백50년 전에 운하로 만들었던 이자강을 모래톱과 여울이 있는 자연의 강으로 되돌렸습니다. 스위스의 투어강과 미국의 키시미강 역시 운하로 파괴된 강을 자연의 강으로 되돌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운하에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난 독일 이자강과 스위스 투어강은 변종운하로 파괴된 4대강에 아직 희망이 있음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1백 년 넘게 유지되었던 운하도 생명의 강으로 다시 살아나듯이, 4대강 변종운하 역시 생명 가득한 강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강의 생명은 흐르는 역동성에 있습니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홍수를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며 다시 거듭나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만 해주면 강은 홍수를 반복하며 다시 생명의 강으로 거듭나게 될 것입니다. 비록 4대강이 파괴되는 재앙을 막아내지 못한 못난 우리들이지만, 하루라도 빨리 강을 흐르게 한다면 4대강은 또 다시 생명 가득한 강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저 흉물스런 16개의 괴물 댐을 후손들의 어깨에 무거운 짐으로 넘겨 줘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잘못은 우리가 책임져야 하고, 우리가 해결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4대강 사업이 완공됐다고 좌절하고 주저앉아서는 안 됩니다.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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