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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 찾기:
“우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지난 6월 23일 서울역 광장, 전국에서 모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 6천여 명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도대체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황금 같은 주말을 포기하고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서도록 한 걸까? 인천의 한 중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 봤다.

“조리실에서 일하는 분들은 온몸이 쥐난 것처럼 뒤틀리는 증상이 다 있어요. 숟가락·젓가락질을 못할 정도예요. 옛날에는 쉬면 괜찮았는데 지금은 쉬어도 아파요.”(급식조리원 A 씨)

6월 23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자대회 더는 참지 않겠다며 행동에 나선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 ⓒ김현옥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사를 보면, 허리·손목·목 등 근골격계 통증을 느끼는 노동자가 95.8퍼센트에 이른다. 그러나 병원 치료를 받거나 병가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학교에서는 쉬는 걸 좋아하지 않죠. 그 정도는 당연히 아픈 거라고 생각해요. 나이 들어서 그런 것이려니 하죠.”(급식조리원 B 씨)

학교 눈치를 보는 것도 있지만, 아파도 쉴 수 없는 것은 다른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대체 인력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미안해 아파도 참고 일하는 경우(78퍼센트)가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까 봐 관리자의 눈치를 보는 경우(18퍼센트)보다 훨씬 많다.

운 좋게 치료를 받더라도 그 비용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처리 방법과 절차가 번거롭고 학교 측 눈치를 봐야 하는 산업재해 신청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림의 떡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몸이 아픈데도 치료를 미루게 돼 정년으로 퇴직하기 보다는 골병 들어 사직하는 경우가 더 많다.”(압구정초등학교 조리사 박영순)

“우리는 진짜 소모품 같아요. 아프다고 뭐라 하면 나가라고 하죠. 들어올 사람 많다고. 급식실 [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우리는 유령처럼 숨어 있어요.”(급식조리원 D 씨)

‘유령처럼’ 존재감이 없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국적으로 15만 명이다. 직종만 해도 70여 개가 넘어 그야말로 학교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 불린다. 그중 6만 3천여 명(42퍼센트)이 학생과 교직원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급식실 노동자다. 이들의 절대 다수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다.

“무기계약하면 자르기가 힘드니까 웬만하면 무기계약 하지 말라고 해요. 자녀 학비 수당도 주기 싫어서 가급적 애들 다 키운 조리원을 뽑으라고 하죠. 학교에 한마디 하면 근무평가로 불이익을 줘요.”(영양사 C 씨)

“휴. 진짜 어디 밖에 나가서 학교 조리원이란 소리도 못해요. 그냥 알바 다닌다고 해요. 남편한테도 말 못 하는 월급이죠. 요즘 90만 원 급여가 어딨어요. 월급 타는 날은 초라하게 느껴져요. 솔직히 챙피해요”(급식조리원 E 씨)

학생과 교직원이 가장 기다리는 식사 시간을 맛있게 채우고도 “챙피한 월급”을 받고 자긍심을 갉아 먹힌 채 살아가는 급식실 노동자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사용자는 교육감”이고 “교육감이 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고용노동부가 인정했음에도 “교육감이 직접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교과부의 억지와 인천을 비롯한 상당수 교육청의 교섭 회피는 노동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그러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년이든 10년이든 똑같은 월급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한 하루살이 계약직 인생을 더는 참지 않겠다며 직접 행동에 나섰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6월 27일부터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10월경에 ‘교육감 직접고용·호봉제 실시·전직종 무기계약제’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의 요구가 실현되려면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교사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전교조 서울·경기·인천지부가 지지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향후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가시화될 때 전교조는 학교 안에서 교사들의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런 연대가 계속될 때 자신의 노동 가치를 존중받지 못한 채 ‘유령처럼’ 지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바라는 세상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옆 학교에 어떤 여자애는 꿈이 배식원이에요.(웃음) 그걸 꼭 하고 싶대. 너무 부럽다고. 음식 남으면 다 먹을 거 아니냐고. 근데 걔가 우리 딸내미 친구예요. 나한테 와서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예요. 배식원을 하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고.(웃음) 근데, 정말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하면 조리원 할 수 있냐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날이.”(영양사 C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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