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의 노무현 탄핵 시도 어디로 갈 것인가

김어진

지금의 탄핵 정국이 어디로 갈까? 세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기각할 가능성을 크게 점친다. 그러나 탄핵 심판은 단지 법률 논리에 따라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헌법재판소의 기각 여부는 우익과 탄핵 반대 운동의 힘 겨루기에 달려 있다.

우익은 탄핵 반대 시위가 즉각 광범하게 벌어지는 것을 보며 내심 놀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쉽게 물러설 것으로 낙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수십 년간 독재와 억압, 거짓말, 부패로 단련된 자들이다. 그들은 집요하고 단호하며 철두철미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심지어 총선 자체를 연기하려 들 수도 있다. 애초에 그들의 의회 쿠데타가 선거 패배를 모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 아닌가. 그들의 단호한 요구에 따라 노무현 제거가 결정될 수도 있다.

물론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이번 쿠데타가 지배자들의 우경화를 재촉할 거라는 점이다. 쿠데타는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다.

역사적 사례가 이것을 증명한다. 1973년 칠레에서 피노체트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옌데 정부를 군사 쿠데타로 전복했다. 그러나 우익이 군사 쿠데타를 벌여 수천 명을 국립축구경기장으로 끌고 가서 고문하고 살해하기 전에도 이미 세 번의 쿠데타 시도가 있었다. 피의 학살이 있기 1년 전인 1972년에도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실제로 쿠데타가 벌어졌다. 그 해 8월에 경찰과 군대가 농민과 노동자, 광부들의 ‘불법 점유’를 공격하기 위해 판자촌을 공격했다. 극우 사제는 아옌데에 반대하는 군사 행동을 공공연하게 요청했다.

그 때 많은 사람들은 쿠데타가 재연될 거라고 예측했다. 우익은 피억압자들에게 체념과 맹목적 애국주의 그리고 실업과 끔직한 최저 생활수준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다.

칠레와 같은 수준은 아닐지라도 한국의 우익도 점점 더 우경화할 것이다. 그들은 파업과 시위에 대한 더 단호한 대응을, 더 견고한 법치주의를, 더 노골적인 친미주의와 냉전주의를 강변할 것이다. 이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다.

무릎 꿇기

한편, 이런 우익의 도발과 총공세는 대중의 좌경화를 재촉할 것이다. 정치적 양극화가 더 촉발될 것이다. 이미 우익의 노무현 탄핵으로 한국 정치는 더욱 양극화됐다. 거리의 정치가 꽃피고 여기저기서 논쟁과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연일 우익을 규탄하는 수만 명의 집회가 열릴 조짐이다.

이런 때일수록 대중 행동, 즉 거리 시위와 파업과 같은 투쟁이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된다. 1991년 옛 소련에서 우익의 쿠데타를 막은 것은 바로 민중의 항쟁이었다. 당시 8월, ‘개혁파’ 고르바초프에 반발해 ‘소유즈’ 그룹 같은 강경 보수파가 쿠데타로 도발했다. 보수파의 쿠데타가 사흘 천하로 막을 내린 결정적 이유는 옛 소련 전역에서 벌인 거리 시위와 점거 때문이었다.

만약 대중 시위와 저항이 우익을 무릎 꿇게 한다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헌법재판소가 탄핵 소추를 기각하게 된다면 진보 진영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그리 된다면 비정규직 차별, 청년 실업, 등록금 인상, 학살 파병 등으로 점철된, 우익이 간절히 원하는 사회에 반대하는 투쟁들은 훨씬 더 유리한 지형에서 펼쳐지게 될 것이다.

혼란과 우유부단함, 대중 행동을 기피하는 수동과 기권적 태도로는 우익의 단호함을 이겨 낼 수 없다. 우익의 총공세에 총반격을 가하는 투쟁에 ‘올인’ 해야 한다. 거리로 뛰쳐나와야 한다. 우리는 한 세대를 급진화시키고 있는 격화된 계급투쟁 한복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