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8일부터 3일 동안, 수원에서 ‘국제 전자산업 전략회의’(이하 전략회의)가 열렸다. 근래 전자산업이 빠르게 국제화하면서 전자산업의 열악한 작업 환경 역시 국제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문제에 맞서 10여 나라의 36개 단체 활동가들이 이번 전략회의에 참가했다.
각 나라의 활동가들이 현황과 투쟁 사례를 발표했는데, 어느 나라건 전자산업 자본가들의 횡포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삼성 휴대폰 공장이 있는 베트남에서도 삼성전자는 한국에서와 꼭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있었다. 노동자의 80퍼센트 이상이 18~25세 여성이고, 대부분 상시적인 초과 노동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 90퍼센트의 노동자들이 2년 이하 비정규직이었고, 최근 몇 달 동안 몇몇 여성 노동자가 유산을 경험했다.
대만의 경우 지난 11년 동안 전자산업 공장 두 곳이 주민 3만 6천 명 이상이 식수로 사용하는 시아오리 강에 오염 물질을 흘려 보냈고, 이 때문에 주민들은 원인 불명의 각종 질병들에 시달렸다. 그런데도 대만 정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홍콩에서는 GP 배터리에서 근무한 노동자 24명이 유독 물질 때문에 입원하고, 한 명이 신장병으로 사망하기도 했다.
전략회의는 전자산업이 여러 나라에 걸쳐 하청과 재하청 구조로 얽혀 있는 만큼, 이에 맞선 투쟁 역시 국제적이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국제 전자산업, 특히 삼성과 애플에 맞서 ‘국제공동행동의 날’ 캠페인을 벌이고, 전 세계의 삼성과 애플 공장 위치를 표시한 지도를 만들어서 노동자와 피해자를 조직하자고 결의했다.
전략회의 마지막 날, 참가자들은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직업병 피해자 유가족과 함께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이건희가 직접 해결하라!” 하는 유가족의 절규에 대부분의 참가자가 눈물을 흘렸다.
이번 전략회의는 어느 나라건 자본가들의 횡포와 노동자들의 처지가 다르지 않음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