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09년 쌍용차 점거파업을 이끌었다는 이유로 3년째 감옥에 갇혀 있는 한상균 전 지부장이 김정우 현 지부장에게 보낸 편지다. 한상균 전 지부장은 8월 5일 출소를 앞두고 투쟁 동참을 준비하고 있다.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이 〈레프트21〉 독자들을 위해 편지를 공개했다.
며칠 전 화성에 산불이 났는데, 헬기들이 화성교도소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여름에 듣는 헬기 소리는 그해(2009년) 여름의 잔혹함을 울컥울컥 솟아나게 합니다.
폭설을 이불 삼은 노숙 [투쟁] 소식을 들은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여름입니다.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더위만큼이나 뜨거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시대의 본 모습이라 생각하니 분하고 참담합니다.
유령과의 싸움이라고 걱정하는 이들도 많지만, 동지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연대의 폭이 넓어지고 있습니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사회적 재앙임이 인식되고, 급기야 대선 주자들의 첫째 화두가 된 것은, 험한 시간을 견뎌 온 동지들의 열정과 헌신임을 그 누가 반론할 수 있겠습니까.
신문을 펼치기가 겁나지만, 외로운 쌍용차 노조의 깃발을 앞세우고 범국민대회를 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이제 [출소가] 한 달여 남은 것 같습니다. 고통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의 순리까지도 회초리 삼으며 나약함을 이겨내려 몸부림 쳤지만, 지난 3년간 온실 속 화초가 돼 버린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비난과 독설까지도 그립습니다.
한편으론 두렵고 설레기도 한 세상을 날마다 상상해 봅니다. 수의를 벗고 상복과 투쟁 조끼를 입고 동지들을 불러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비할 바 없는 행복일 것 같습니다.
동지들이 쌓은 신념의 언덕에 기대면서 노동자답게 살기 위한 단련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얀 벽에 걸린 22장의 만장을 옮길 수는 없겠지만, 가슴 깊이 새겨서 대한문으로 달려가려 합니다.
술 한 잔 올리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말라버린 눈물을 대신할 수 있을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1퍼센트의 희망으로 99퍼센트의 절망을 걷어내듯이, 산 자의 몸은 죽기를 각오한 투쟁으로 희망의 길을 만들겠노라, 그리고 먼저 간 동지들께 보고하겠노라 다짐을 하려 합니다.
고생하는 동지들 모두 건강하길 기도합니다. 함께 웃는 날도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형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2012년 7월 1일
화성옥에서 상균 올림